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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M.stella 2008. 3. 3. 22:48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이시다 이라 저 / 박승애 역

이 책을 산지는 참 오래 됐다.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이름만으로 구매했다가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아 책장 저 구석진 곳으로 사라졌던 책을 연초에 읽은 책과 안읽은 책을 분류하다 꺼내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은 연상연하의 진부한 사랑이라는 점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다가온 연하남과의 사랑이라는 코드는 너무나도 식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왜 구매했는지... --;) 그런 식상한 코드 덕에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중년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세한 간정라인이 진하게 울려준다. 나는 아직 그 나이에 접해 보지 않아서 솔직히 주인공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통해서 내가 보지 못했던 여성성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크게 와닿았다.


마흔 다섯 살. 독신. 한번의 결혼 실패. 가끔 만나 관계를 갖는 남자친구 있음. 남자친구와의 사이는 사랑이라는 것은 전혀 없는 몸만 풀어주는 관계. 난 그런 관계가 좋다. 지금 나이에 사랑이란 것도 조금은 우스운 것도 같고 그런 감정에 휘둘리기에는 나는 조금 나이가 있다. 검정색을 좋아하고 판화가로서의 자신의 삶은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우치다 사요코.
스물 여덟 살. 뭇 여성의 시선을 받고 있으나 사귀는 여자친구 없음. 자주 보이는 미인은 과거에 사겼던 여자친구이자 친구의 여동생일 뿐 현재는 친구로만 관계중. 우치다 사요코가 자주 가는 까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는 도쿠나가 모토키. 원래 직업은 다큐멘터리 감독.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났다.
첫 눈에 통했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나이차는 무려 열 일곱. 극복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찾아오는 감정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한 번 잡은 그의 손을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이러한 코드가 대부분의 연상연하 커플을 그 중에 중년의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의 대부분의 스토리라인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중년여성이 느꼈을 법한 자신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감성을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라는 점이 놀랍다. 반복적인 행동과 감정표현을 통해 중년여성의 감성을 그렸던 다른 책과는 달리 잠들지 않는 진주 안에 있는 우치다 사요코는 어느 곳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또렷하게 피력했으며 거울 속에 비친 늘어진 목주름을 통해 자신을 가늠하고 숨길 줄 아는 여자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요코의 감정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마도 나이들면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언젠가부터 자리 잡은 말도 안되는 편견에 사로 잡혀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여 지지도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빛을 또렷하게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모습은 현재의 나와 별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의 전작들(4teen, LAST, 아름다운 아이)보다는 솔직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또 다른 감성으로 작가와 마주할 수 있었다.


p.130 -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야. 잘 모르겠지만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겠어?


p.314 -
바닷물의 흐름에 실려 오랜 세월 헤매고 다니다 온 조각들에게 왠지 모를 무한한 애정이 느껴져. 상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고 닳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바랬으면서도 기본적인 모습은 가진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이 녀석들,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들지 않는 진주 상세보기
이시다 이라 지음 | 노블마인 펴냄
나오키상 수상작 <4Teen>, 드라마 원작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작가 이시다 이라가 2006년에 발표한 장편 연애소설. 갱년기 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중년여성과 17세 연하남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손'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13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작. 쇼난 해변 인근의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45세이 중견 판화가 우치다 사요코는 결혼에 한 번 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