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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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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모리 에토 저 / 김난주 역

이 책을 읽은지 3개월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글을 남긴다.
이곳에 기록으로써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은 한가득인데 어떻게 쏟아내야 할 지 몰라 먼지처럼 쌓여있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틈틈히 하나둘 꺼내 풀어야겠다.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다가 구매하게 된 책인데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책 광고의 헤드 카피(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응원가)와 권신아씨의 일러스트가 눈을 잡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왜 이 카피가 부여가 되었는지 공감이 가더라는...
총 6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들이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 하다가 싶다보면 아 하게 되고. 아 하다 보면 또 다른 감탄어가 나오는...
밥 한 그릇에 다양한 반찬을 맛 본 느낌이랄까...
만약 같은 시기에 씌여진 소설이라면 작가에 대해 와우~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파티시에 히로미의 요구(?)로 남자친구와의 중요한(?) 약속도 저버린 채 그릇을 찾아 출장을 가게된 야요이의 심리적 여정을 담은 이야기, 그릇을 찾아서.
단순히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그릇은 자신의 인생을 담아 그 인생을 풍성하게 해 줄 그릇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그릇이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결혼을 통한 또 다른 삶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야요이는 어떠한 그릇을 선택했을까?

유기견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주인을 찾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돌봐주는 봉사를 하는 에리코의 이야기, 강아지 산책.
단순히 키우고 키움을 당하는 관계가 아닌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관을 열어준 어쩌면 동반자와도 같은 존재가 바로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입장에 서봄으로써 이전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던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강아지를 통해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삶의 작은 기쁨을 찾은 그녀가 참으로 빛나 보이더라.

과제물 대필을 부탁하는 유스케와 그에게 대필부탁을 받는 미유키의 이야기, 수호신.
일본고전을 알지 못해 그들의 대화 중 오고간 이야기는 이해가 되질 않지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그러니 가끔은 자신의 어깨의 힘을 뺄 필요가 있어 라고 독자 혹은 작가 스스로에게 던져주는 말 한마디가 왜 이리 뭉클한지.. 작은 말 한마디에 읽는 나까지도 용기가 생기고 힘이 솟더라는...

한 때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던 불상 복원에 젊은 시절 오기로 25년만에 찾은 기요시의 이야기, 종소리.
우연찮게 벌어진 사건으로 인생이 뒤바뀐 두 사람 고로와 기요시. 단순히 바뀌었다라는 그 하나로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엔 둘 서로가 불쌍한 존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선택한 삶에 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듯 하더라. 고로가 기요시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행운인 듯도 하고 불운인 듯도 하지만 어쨋든 내 삶의 한조각이 될뻔한 기요시에게  "당신의 삶은 어떠하십니까"하고 묻는 것 같다.(아~ 말이 이상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야구라는 것을 통해 서열, 나이 막론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을 디딤돌 삼아 나아가려는 이시쓰와 미무라의 이야기, X 세대.
그들 사이의 나이차는 솔직히 사회 여기저기서도 볼 수 있는 나이차다. 수직관계에서도 볼 수 있고 수평관계에서도 볼 수 있는.. 가끔은 이해가 가지도 않고 이해하기 싫어지기까지도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젊을 때 꿈을 향해 매진해 가는 열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멀어졌던 나이차가 가까워 지기도 하더라.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에서 만난 리카와 에드. 에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찾아가는 리카의 이야기가 담겨진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어쩌면 야속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나는 여자이기에 순전히 리카의 입장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남자가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말리고 싶고.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안가지고 있을 여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 저 멀리 떠나버린 남자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크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는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은 결론은 없다. 흔히들 나오는 치유하는 과정이라던가 치유된 후라던가 그런건 없다. 단지 이제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리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더 크게 느껴진 것도 같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소설집이다.
대부분이 강이 있으면 약이 있듯 강약의 완급이 담겨져 있어 개인적으로는 단편소설집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머. 주인공이 에피소드를 끌어가는 것은 달라지지만.. 여튼.) 하지만 소설 하나하나가 속이 꽉 찬 단편집은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터라 마음이 즐거워 졌다. 나 스스로에 대한 다독임도 받을 수 있었고 지쳐 쓰러지려 할 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용기도 살짝 담아 준다.
삶에 조금 지쳐 있을 때 뻥하고 시원하게 날려주는 통쾌함은 없지만 나 스스로를 응원해 줄 이야기를 찾는다면 권해 주고 싶다.


p.66
행복이란 아마도 조금은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사는 것.

p.183
요시다 겐코도 자신의 나약함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 또한 하나의 덕이라고 쓰레즈레구사에서 법현삼장의 예를 들어 얘기하고 있잖아.

p.311
지금은 고작 번트로 버티고 있지만 말이죠. 별다른 대단한 일도 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4번 타자가 될 날도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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