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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30 밀양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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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독 이창동
배우 전도연 / 송강호

가슴이 흠칫흠칫.
화도 난다.
안에서 끌어나오는 그 무언가가 쿡쿡 쑤셔온다.
비록 영화일지라도 말이 씨가 되듯이 그녀의 말이 창처럼 느껴진다.
그녀에게 내려진 볕은 보는 것처럼 따뜻했을까?
영화 본 후 느낌을 막연하게 나열해 본 것이다.
보고난 후 결코 해피하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말한 것처럼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이 들 뿐이다.
여전히 이창동스러운 영화 밀양.
그 구렁텅이의 깊이가 더 깊어진 듯 하여 더 우울해졌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밀양.
자신의 비밀을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아무도 모르는 타인들만이 존재하는 낯선 곳 밀양에 찾아왔다.
가슴 속 깊이 묻어둔 곳은 그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는다.
단순히 지아비를 잃고 찾아온 지아비의 고향이라는 것 뿐.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장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것만이 살 길인 마냥 그녀는 스스로를 포장하고 산다.
그래서 첫번째로 슬펐다.
이렇게 겉치장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그녀에게 찾아온 두 번째 슬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어 뛰어간 그곳 그리고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에서 그녀는 절망을 맛본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어를 걸어놓은 것을 잃어버린 채 핸들을 부술 것 마냥 잡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불안의 그 끝에서 오는 것만 같았다. (이 장면에서 그 놈 목소리의 김남주의 모습이 생각나더라.)
모든 것들을 외면한 채 슬픔도 억누르고 자신의 온 감각을 아이의 목소리에만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은 삶의 한 조각을 잃어버린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슬펐다.
그 어느 것도 그녀의 깊은 내면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나는 이제서야 마음이 든 것인데...
솔직히 그 마음이란 것도 위선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남기 위한 위선.
큰 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그것 뿐이다. 내면의 어느 한 곳을 닫아두기 위한 울부짖음.
그렇게 그녀는 가슴 속에 또 하나를 담고서 덮고 온 세상이 아름다운 것 마냥 나를 또 다시 포장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무리 위선으로 뭉쳐있다 해도 이를 틈 타 이제서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는데.
내가 하지도 못한 것을 그가 했단다.
해도 내가 하는 것인데 그것만큼은 내가 하는 것인데 신이란 이름으로 그가 했단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덮어두었던 세계가 휘몰아쳐 오른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묵묵히 서있는 그. 종찬.
능글맞는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시작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진심어린 눈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어떠한 얼굴로 서있던 간에 그는 그녀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없다.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갈수록 그는 바라는 마음이 아닌 오로지 주는 마음 하나로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올곧은 시선을 느낄 수 있어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교회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전도라는 이름 하나로 쏟아진 말 한 마디에 아무리 영화속 이야기라 하더라도 너무나도 화가 났다. 참고로 교회하고는 거리가 멀다. ㅎ.ㅎ.)
그녀가 잠시 정체했던 곳이 교회이니 말이다.
여기저기 그녀가 교회를 찾은 것은 구원의 손길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라고 하지만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구원의 손길을 바라마지 않은 것도 없을 수는 없지만 그녀가 궁극적으로 바란 것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또 다른 구실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비록 힘에 겹더라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 삶의 본능이 찾은 곳이 교회인 것 뿐이다.
그 본능 하나로 시작한 신자로서의 삶은 용서라는 이름 하나로 그녀는 내쳐버렸다.
그곳에서의 삶은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렇게 쉽게 내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여있는 물에 내비친 볕처럼 그녀도 그녀 자신에게 내리쬐는 볕은 찾았을까?

먹먹한 아픔을 느끼기 보다는 끌어오르는 울분에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한 밀양.
적절히 치고 빠져주는 종찬이라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전도연의 말처럼 신애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었고 이 두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밀양이라는 영화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붙여두는 한 마디.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밀양이라는 영화를 통해 상을 받은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밀양시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뭔가 싶다.
밀양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대로일 뿐 그리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 숨쉬는 곳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너무 오버하는 행정이 아닌가 싶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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