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감상'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08.03.03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2. 2007.08.26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3. 2007.06.14 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4. 2007.05.16 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이시다 이라 저 / 박승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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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지는 참 오래 됐다.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이름만으로 구매했다가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아 책장 저 구석진 곳으로 사라졌던 책을 연초에 읽은 책과 안읽은 책을 분류하다 꺼내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은 연상연하의 진부한 사랑이라는 점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다가온 연하남과의 사랑이라는 코드는 너무나도 식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왜 구매했는지... --;) 그런 식상한 코드 덕에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중년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세한 간정라인이 진하게 울려준다. 나는 아직 그 나이에 접해 보지 않아서 솔직히 주인공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통해서 내가 보지 못했던 여성성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크게 와닿았다.


마흔 다섯 살. 독신. 한번의 결혼 실패. 가끔 만나 관계를 갖는 남자친구 있음. 남자친구와의 사이는 사랑이라는 것은 전혀 없는 몸만 풀어주는 관계. 난 그런 관계가 좋다. 지금 나이에 사랑이란 것도 조금은 우스운 것도 같고 그런 감정에 휘둘리기에는 나는 조금 나이가 있다. 검정색을 좋아하고 판화가로서의 자신의 삶은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우치다 사요코.
스물 여덟 살. 뭇 여성의 시선을 받고 있으나 사귀는 여자친구 없음. 자주 보이는 미인은 과거에 사겼던 여자친구이자 친구의 여동생일 뿐 현재는 친구로만 관계중. 우치다 사요코가 자주 가는 까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는 도쿠나가 모토키. 원래 직업은 다큐멘터리 감독.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났다.
첫 눈에 통했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나이차는 무려 열 일곱. 극복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찾아오는 감정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한 번 잡은 그의 손을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이러한 코드가 대부분의 연상연하 커플을 그 중에 중년의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의 대부분의 스토리라인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중년여성이 느꼈을 법한 자신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감성을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라는 점이 놀랍다. 반복적인 행동과 감정표현을 통해 중년여성의 감성을 그렸던 다른 책과는 달리 잠들지 않는 진주 안에 있는 우치다 사요코는 어느 곳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또렷하게 피력했으며 거울 속에 비친 늘어진 목주름을 통해 자신을 가늠하고 숨길 줄 아는 여자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요코의 감정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마도 나이들면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언젠가부터 자리 잡은 말도 안되는 편견에 사로 잡혀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여 지지도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빛을 또렷하게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모습은 현재의 나와 별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의 전작들(4teen, LAST, 아름다운 아이)보다는 솔직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또 다른 감성으로 작가와 마주할 수 있었다.


p.130 -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야. 잘 모르겠지만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겠어?


p.314 -
바닷물의 흐름에 실려 오랜 세월 헤매고 다니다 온 조각들에게 왠지 모를 무한한 애정이 느껴져. 상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고 닳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바랬으면서도 기본적인 모습은 가진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이 녀석들,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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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다 이라 지음 | 노블마인 펴냄
나오키상 수상작 <4Teen>, 드라마 원작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작가 이시다 이라가 2006년에 발표한 장편 연애소설. 갱년기 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중년여성과 17세 연하남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손'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13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작. 쇼난 해변 인근의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45세이 중견 판화가 우치다 사요코는 결혼에 한 번 실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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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모리 에토 저 / 김난주 역

이 책을 읽은지 3개월이 지난 것 같은데... 이제서야 글을 남긴다.
이곳에 기록으로써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들은 한가득인데 어떻게 쏟아내야 할 지 몰라 먼지처럼 쌓여있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틈틈히 하나둘 꺼내 풀어야겠다.

가볍게 읽을 만한 소설을 찾다가 구매하게 된 책인데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것도 있겠지만 책 광고의 헤드 카피(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세상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응원가)와 권신아씨의 일러스트가 눈을 잡았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왜 이 카피가 부여가 되었는지 공감이 가더라는...
총 6개의 단편들로 구성된 소설이다. 그렇다고 이 소설들이 같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어 하다가 싶다보면 아 하게 되고. 아 하다 보면 또 다른 감탄어가 나오는...
밥 한 그릇에 다양한 반찬을 맛 본 느낌이랄까...
만약 같은 시기에 씌여진 소설이라면 작가에 대해 와우~ 하는 감탄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목소리로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파티시에 히로미의 요구(?)로 남자친구와의 중요한(?) 약속도 저버린 채 그릇을 찾아 출장을 가게된 야요이의 심리적 여정을 담은 이야기, 그릇을 찾아서.
단순히 음식을 담아내는 그릇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 그릇은 자신의 인생을 담아 그 인생을 풍성하게 해 줄 그릇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그릇이 일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결혼을 통한 또 다른 삶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야요이는 어떠한 그릇을 선택했을까?

유기견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주인을 찾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돌봐주는 봉사를 하는 에리코의 이야기, 강아지 산책.
단순히 키우고 키움을 당하는 관계가 아닌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관을 열어준 어쩌면 동반자와도 같은 존재가 바로 강아지가 아닌가 싶다. 강아지를 키운다는 입장에 서봄으로써 이전에 의지하면서 살아가던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강아지를 통해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삶의 작은 기쁨을 찾은 그녀가 참으로 빛나 보이더라.

과제물 대필을 부탁하는 유스케와 그에게 대필부탁을 받는 미유키의 이야기, 수호신.
일본고전을 알지 못해 그들의 대화 중 오고간 이야기는 이해가 되질 않지만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어 그러니 가끔은 자신의 어깨의 힘을 뺄 필요가 있어 라고 독자 혹은 작가 스스로에게 던져주는 말 한마디가 왜 이리 뭉클한지.. 작은 말 한마디에 읽는 나까지도 용기가 생기고 힘이 솟더라는...

한 때 자신의 열정을 쏟아부었던 불상 복원에 젊은 시절 오기로 25년만에 찾은 기요시의 이야기, 종소리.
우연찮게 벌어진 사건으로 인생이 뒤바뀐 두 사람 고로와 기요시. 단순히 바뀌었다라는 그 하나로 그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기엔 둘 서로가 불쌍한 존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자의든 타의든 스스로 선택한 삶에 관해서는 최선을 다하는 듯 하더라. 고로가 기요시에게 던진 마지막 질문은 행운인 듯도 하고 불운인 듯도 하지만 어쨋든 내 삶의 한조각이 될뻔한 기요시에게  "당신의 삶은 어떠하십니까"하고 묻는 것 같다.(아~ 말이 이상타.)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 했던 야구라는 것을 통해 서열, 나이 막론하고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을 디딤돌 삼아 나아가려는 이시쓰와 미무라의 이야기, X 세대.
그들 사이의 나이차는 솔직히 사회 여기저기서도 볼 수 있는 나이차다. 수직관계에서도 볼 수 있고 수평관계에서도 볼 수 있는.. 가끔은 이해가 가지도 않고 이해하기 싫어지기까지도 하지만.. 각자 나름대로 젊을 때 꿈을 향해 매진해 가는 열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 하나만으로도 멀어졌던 나이차가 가까워 지기도 하더라.

국제연합난민고등판무관에서 만난 리카와 에드. 에드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찾아가는 리카의 이야기가 담겨진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시트.
어쩌면 야속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나는 여자이기에 순전히 리카의 입장만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사랑하는 남자가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것을 말리고 싶고.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안가지고 있을 여인이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어 저 멀리 떠나버린 남자를 사랑한다는 마음이 크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는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은 결론은 없다. 흔히들 나오는 치유하는 과정이라던가 치유된 후라던가 그런건 없다. 단지 이제 마음을 열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리카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더 크게 느껴진 것도 같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소설집이다.
대부분이 강이 있으면 약이 있듯 강약의 완급이 담겨져 있어 개인적으로는 단편소설집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머. 주인공이 에피소드를 끌어가는 것은 달라지지만.. 여튼.) 하지만 소설 하나하나가 속이 꽉 찬 단편집은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터라 마음이 즐거워 졌다. 나 스스로에 대한 다독임도 받을 수 있었고 지쳐 쓰러지려 할 땐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용기도 살짝 담아 준다.
삶에 조금 지쳐 있을 때 뻥하고 시원하게 날려주는 통쾌함은 없지만 나 스스로를 응원해 줄 이야기를 찾는다면 권해 주고 싶다.


p.66
행복이란 아마도 조금은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사는 것.

p.183
요시다 겐코도 자신의 나약함을 타인에게 내보이는 것 또한 하나의 덕이라고 쓰레즈레구사에서 법현삼장의 예를 들어 얘기하고 있잖아.

p.311
지금은 고작 번트로 버티고 있지만 말이죠. 별다른 대단한 일도 하지 않고 하지만 끈질기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는 4번 타자가 될 날도 있을 거라고.



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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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다나베 세이코(田邊聖子) 저 / 김경인 역

조제 이후 만나는 그녀.
조제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녀의 두번째 책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담담하게 써내려진 노리코의 이야기는 그냥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난 뒤의 개운함 보다는 짭짜름한 소금내가 물씬 풍기는 듯도 하다.
어떠하다 라는 단정적인 말투로 맺음을 하기에도 무언가 복잡한 심정이 되어버린다.
76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세련된 표현들이 과거에 그것도 7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멋스러웠다.
이 소설로 인해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가 더 마음에 들어버렸다는...

노리코.
그녀에게 있어 결혼생활은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멀다.
그를 사랑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와의 삶은 행복이라는 단어보다 사치라고 부른다.
그와의 삶 안에서 나의 삶은 철저히 격리가 되어 있다.
친구들은 이 집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주소도 모른다.
그의 모임에는 나가지만 나의 모임에는 나가지 않은지 오래다.
그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안에서의 나를 보여주기 싫은 것이라서 그런가?
가끔은 숨이 막힐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삶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삶에 적당히 맞춰줄 수 있는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없어서인가?
나이가 든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중년에게서 끌림이 느껴진다.
나카스키씨와의 만남은 고 안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점점 나의 삶을 찾아야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단순히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나 이야기 하는 책은 아니다.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감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고와 노리코.
그들의 삶 속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고는 과연 노리코를 사랑한 것인가?
노리코는 과연 고를 사랑한 것인가?
철저히(?)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은 보여지지 않았다.
그냥 자기 위안이 있을 뿐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을 추구하는 그들의 삶 속에는 본인의 모습은 없다.
사랑하기에 아니 사랑하는 아내이기에 자신에게 비밀이 있어서도 안되며 아내의 삶 전부가 나의 삶이며 내 안에 속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철저히 자기 안에 그녀를 속박시켰다.
감시하고 가두고 하는 그런 것만이 속박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그는 그녀를 속박한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그녀가 가졌던 과거의 시간까지도 속박하려 한 것이다.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그녀에게 보여준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것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머라 할 말은 없다만.)
그렇다면 그녀는 그를 사랑해서 그의 삶 안에 속박당한 것일까?
책속에 나오는 문구 중에 사랑에는 연극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100% 공감한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고를 사랑해서 연극을 했던 것일까?
행복이라는 것보다 사치라는 것을 좇아온 그와의 결혼생활 속에서 그녀는 아마도 그와의 익숙해져버린 사람을 버릴 자신이 없었기에 연극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아주 없다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녀는 나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도망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그가 그녀의 일기장을 보았다는 행위를 통해서 그 공간이 침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그와의 익숙해져 버린 사치라는 것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내 것이라는 것에 집착을 보였던 고와 거짓연기로 충만했던 노리코 사이에는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 타인의 삶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은 것을 사랑이라 보여준 고의 모습은 자기 만족일 뿐이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니깐 내가 이해해줘야해 라면서 안으로 삼키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여준 거짓연기로 가득찾 노리코의 모습 역시 자기 만족일 뿐인 것이다. 자기 만족에서 나오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쓰다보니 이것저것 늘어놓은 것 같은데 그만큼 이것저것 많은 생각의 실타레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것인가 싶으면 저것이 떠오르고 저것으로 끌고나가면 그것이 나오고...
작가가 3연작 시리즈로 내놓은 것 같은데... 전과 후의 이야기가 빨리 책으로 나와 만나봤으면 좋겠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의 실타레를 풀어준 아주 사적인 시간.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p.293
"연극할 마음이 필요한가요, 연애하는 데?"
"필요하죠!"
"부부사이에도?"
"사람에 따라서는 필요할 겁니다. 연극으로 서로에게 맞춰줄 필요도 있겠죠."



 

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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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캔디스 부쉬넬 저 / 서남희 역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진 립스틱 정글.
적절하게 어우러진 세 사람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끊어버리고 들어가는 이야기 진행은 책을 보는데 있어 페이지를 가볍게 넘겨주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고 조금은 시원하게 해준 그런 느낌도 들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한 느낌 그래서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남성 위주의 커다란 사회 속에서 그녀들은 성공을 꿈꾼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이겨내고 내일도 이겨낸다.
특히나 남성위주의 권위적인 사회속에서 그녀들은 배운만큼 그대로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
여성이라는 캐릭터이기 보다는 사회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전사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이다.
앞으로 위로 올라가기 위해 행해지는 권모술수는 남성 못지 않고 독립된 자아로서 성공하고자 하려는 그녀들의 의지 역시 남성 못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 구별을 요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전사자의 입장으로 봐달라는 듯이 그녀들은 전진하고 또 전진한다.

사랑이란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미혼으로 살아가는 의류 디자이너 빅토리 포드.
한창 일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에게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가진것도 많다.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한하다.
그는 가진 자는 남성만이 존재하며 여성은 남성에게 기대어 살면된다는 듯이 말하지만 그녀의 무한한(?) 도전을 옆에서 지켜봐준다.

밖으로는 잘 해내지 못하고 가사로 매진하게 된 일명 백수 남편을 안고 사는 영화제작자 웬디 힐리.
오늘도 고달프다. 돈 벌어오랴. 남편 비유 맞춰주랴.
그런 그녀에게 날아온 이혼통지서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사회에서도 잘 나가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잘 나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사라지고 나니 가정에서의 내 존재는 없더라.

젊은 모델과 짜릿한 비밀을 안고 사는 편집장 니코 오닐리.
남편을 사랑하지 않냐고? 좋아는 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짜릿한 쾌감 따위는 없어진지 오래다.
여자로서 맛볼 수 있는 그 쾌감을 젊은 모델에게 느낀다.

그녀들은 정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밟히지 않으려면 밟아야 하고 위로 올라가려면 가볍게 내리 누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정글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글 속에서 남녀라는 이분법적인 성은 존재 할 수 없다.
그래서 뭇남자들이 범하는 오류를 그녀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했다.
남녀평등의 입장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남자가 범하는 오류를 같은 방법으로 취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아마도 작가는 아직까지는 여성의 성공에 대해서 사회는 회의적이다라고 이야길 하고 싶었나 보다.
가볍게 시작하다 쓰디 쓴 사탕을 입에 머물다 간 것처럼 뒷여운의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사담.
오랜만에 올리는 책리뷰 포스트.
밀린 것들 다 쓰진 못해도 하나씩 차근 차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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