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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5 음주사유 (박기원 저/김은하 그림)

음주사유 (박기원 저/김은하 그림)



[에세이] 음주사유
박기원 저 / 김은하 그림 (페이지원)

5월 북리펀드 행사도서 목록 중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책.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 들어 있는 책.

책을 읽으면서 한창 술을 즐겨(과연?) 마시곤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곤 했다.(언젠적인지...)
친구와 홧김에도 아닌 멋김(?)에 술대작을 한 후 선배에게 업혀서 집에 들어갔던 지난 날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에는 챙피해서 고개도 못들었던 그 날 이제는 웃으며 떠오르기도 했고...
술을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밤새 마시며 하루를 꼬박 새웠던 그 날도 떠오르기도 했고...
첫만남의 쑥쓰러움을 알콜을 빌려 수줍음을 버리고 나를 드러내기도 했고...
지나간 사람이 그리워 술과 함께 보내던 그 옛 날도 떠오르기도 했고...
정말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수많은 지난날을 떠올렸다. 당연 술과 함께 했던... ^^;;

가벼운 자신의 경험담으로 시작해 철학적 무게감을 실어 마무리된 이 책은 술에 관한한 나름의 추억이 남겨져 있는 이에게 자신의 추억을 곱씹어 보며 술 한 잔 꺽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싶다.


p.233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게 되면서부터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가 부재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싼 의미들을 한시적으로나마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멸, 그 자체보다 비통하고 애절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애정은 죽음에 대한 순수한 슬픔과 두려움, 그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던가? 시인 진이정의 유고에 시인 유하가 발문을 부쳤다. 살아남은 자의 몫은 죽은 자의 자취가 남긴 밭의 추억 나무를 키워가는 것이라고. 마침내 그 추억하는 자조차 사라져갈 때, 분주한 추억 나무의 생장은 잠시 숨을 고른다고 말이다. 그렇다. 이내 곧 또 다른 살아남은 자가 그를 추억하는 순간, 다시 그 나무는 그 밭에서 생장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p.346
내 알량한 양심과 얄팍한 정치의식, 잣대 따위가 얼마나 같잖은 계몽주의로 비쳤을지. 타인의 변화를 바라기 전에 내 자신이 맞춰놓은 기준으로 변화를 강요한 건 아닌지. 그 기준을 일방적으로 배설하고 만 것은 아닌지. 기다리기 전에, 그것으로 끝났다, 미리 결론을 내버린 건 아닌지. 서른이 넘은 사람들이 몸으로 익혀온 것들을 바꾸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나는 섣불렀다. 그리고 겸허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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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유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박기원 (pageone(페이지원),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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