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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24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폴 오스터 저 / 황보석 역


이 책은 장장 2개월이란 시간을 걸쳐서 완독하였다.
내 독서습관은 밖에서 읽는 책 따로. 집에서 읽는 책 따로. 그냥그냥 쉬엄쉬엄 읽는 책 따로.
그러니 책 한권에 몰두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각각의 책을 가지고 각각의 장소에서 읽는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데 있어서 흐름을 깨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장소에 구애를 받는 나의 책읽기 습관은 오히려 이런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래서 뉴욕 3부작은 그렇게 읽혔다. 더군다나 급하게 나가느라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았던 날에는 서점에 들려서 책을 구입하고 읽으니.. 그렇게 읽었던 책은 바로 나의 프로방스. 뉴욕 3부작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인터셉트를 하는 바람에 당연 늦어진 것이다.

폴 오스터.
전부터 그의 책을 한 번쯤 읽어보자 생각만 해왔지 그 두꺼운 하드커버에 그리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한 친구가 폴 오스터의 소설 다리위의 룰루라는 책을 읽은 뒤로 그의 광팬이 되었다고 하던데... 과연 그의 소설의 어떤 면이 그 친구의 마음을 앗아갔나 싶은 생각에 덜컥 구매하고 읽게된 책이 바로 뉴욕 3부작이다. 전부터 폴 오스터의 소설은 이것으로 시작하리라 마음을 먹은 터라 그의 소설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총 3개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나 소품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는 연결이 되어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독특한 구성방식이 나의 시선을 뺐겼으며 이들 세 이야기 중 첫 챕터인 유리의 도시는 단숨에 읽어갈 수 있었다.
소설가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 소설을 구성하는 방식이(음..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여지껏 내가 읽어왔던 소설(그리 많지도 않음.)의 스토리 구성방식이 크게 차이가 났고 조금은 머리를 아프게 만들 듯 하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첫번째 이야기. 유리의 도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소설가 퀸.
그에게 잘못 걸린 전화가 걸려오고 계속해서 걸려온 그 전화에 그가 걸려들었다.
그는 그 전화로 인해 소설가 퀸이 아닌 탐정 폴 오스터로 분하여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온 노인을 감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노인을 감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본연의 자신의 캐릭터를 저 멀리 날려버리고 새론운 캐릭터만이 남아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보내버린채 새로운 나로 살아가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 유령들.
화이트의 의뢰로 시작한 블랙을 감시하게 되는 블루.
그는 작은 공간안에서 블랙을 바라보고 블랙을 통해 세상과 마주한다. 다시 말하면 블루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공간은 블랙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아파트의 공간이고. 그의 감시역으로 인해 이 곳을 나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블랙이 외출할 시에만 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블랙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곳에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 잠겨 있는 방.
어릴 적의 친구 팬쇼. 그의 부인으로 부터 날라온 편지 한 장.
그 편지로 인해 그는 또 다른 팬쇼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부인이었던 소피와 결혼을 시작으로 그는 또 다른 팬쇼로 분하여 그의 빈자리를 메꾸게 된다.
그러다 팬쇼의 편지를 받고 이래저래 압박을 가하는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그는 팬쇼의 전기를 쓰기 시작함으로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내가 느끼고 알게 된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쓴다는 행위를 통해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으며 빨간 노트(유령들에서는 빨간 노트라는 구체적인 명칭이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음)라는 소품을 통해 연결이 되어있다.
이 책에서는 내가 나가 아니다.
본연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인 것이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것들과 단절하거나 부정한 채 또 다른 나로 분하여 살아가게 되는...
그것에 대한 뒤 늦은 깨달음.
나 스스로가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계속 부정을 하던 안하던 간에 나는 살아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내 스스로가 느낀 이야기의 결말이 확실한지는 모르지만... 정말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는 모두 본연의 나가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나를 통해 살아가고 살아진다.
마지막 잠겨 있는 방에서 팬쇼의 전기를 쓰다가 그리고 그를 맞딱드리면서 알게된 것들이 나를 깊게 가라앉게 만들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새로운 나로 귀착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페이지를 다시 훑어보게 되는 행위가 자주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의 소설을 몇 권 더 구입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신탁의 밤.
뉴욕 3부작은 책의 겉표지처럼 빨간 노트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 신탁의 밤은 파란 노트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어 진행되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 두 책 모두에 나오는 또 다른 소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작가는 이 작품이 꽤나 마음에 들었거나 이 작가가 꽤나 마음에 들었거나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것에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월든이란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책이 숲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 한다는 것과 뉴욕 3부작에서는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으니...

머 여튼간...
말도 안되는 듯한 이 글을 남기면서도 머리가 아파왔고...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아팠지만 그의 소설의 매력에 빠진 것만은 확실하다.

p.98
퀸은 이리저리 배회하는 일에 길이 들어 있었고, 시내를 두루 돌아다닌 덕에 내면 세계와 외면 세계의 관계를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 또 정처 없는 이동을 일종의 반전 기법으로 이용해서 상황이 아주 좋은 날에는 바깥 세상을 안으로 불러들여 내면의 지배력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외부 세계에 휩쓸려 들어 바깥 세상에 몰두함으로써 발작적으로 엄습하는 절망감을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배회는 마음을 비우는 행위였다.

p.298
내가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나 자신에게 떠올려 주기 위해서. 내가 어느 때건 고개를 들기만 하면 당신이 거기에 있었지. 언제나 보이는 곳에서 눈길을 내게 고정시킨 채 나를 지켜보고 미행하고 하면서. 당신은 나한텐 이 세상이나 다름없었어, 블루. 그리고 나는 당신을 내 죽음으로 바꿔 놓았고. 당신은 변치 않는 유일한 존재, 모든 것을 뒤바꿔 놓는 유일한 존재지.

p.421
나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벽장 속에 있는 작은 상자로도 잘 지내 왔고 그 상자에 애착까지 느끼고 있네. 친구, 화를 내지는 말게. 나같은 늙은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이 바뀌기엔 때가 너무 늦고 말거든.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4.0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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