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長崎亂樂坂)


나가사키 (長崎亂樂坂)
요시다 슈이치 저 / 이영미 역

파크 라이프를 통해 처음 그를 만났고 퍼레이드라는 소설을 통해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한권도 빠짐없이 찾게 되는 책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의 책이다.
그의 책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조금은 암울하고 외로움속에 허덕이게 만드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멀까? 그의 책은 먼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신간이 나온다하면 구매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으니 말이다.

작년에 읽은 캐러멜 팝콘 이후 나온 나가사키.
캐러멜 팝콘에서 맛보았던 작은 희망이 나가사키에서는 정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원본이 나오는 시간적 순서로 보자면 나가사키는 오래전에 나오고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듯 한데... 여튼 그 순서로 보자면 그는 조금씩 희망이라는 글자에 한 걸음씩 나아가려 애를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오래전 출간된 나가사키라는 소설은 진탕에 빠진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허우적 허우적 거릴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암울함이 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만들었다는...

미무라 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돌아와 살아가는 그곳은 남자는 힘이라는 것만 믿고 사는 미무라가의 남자들과 함께 살아간다. 여자는 끌려갈 뿐이고 오로지 남자 남자 뿐인 그곳에서 힘의 서열과 나약함은 쓰레기라는 그런 공기안에서 살아간다. 어린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그를 낳아준 엄마는 무늬만 엄마일뿐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고픈 마음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여자밖에 없으니 말이다.
미무라라는 세상속에서 나가기를 꾸준히도 열망하였다. 동급생 친우에게서 사촌누이의 남자친구에게서 그리고 곁방에 신세를 지며 사는 야쿠자를 통해서... 어떠한 행동도 없이 그는 마음속의 열망을 가졌을 뿐인 그에게 점점 자라면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나 또 다른 굴레에 얽메여 그는 달팽이처럼 집을 이며 살아가고 만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는 주유소 점장의 말은 내 가슴속 깊은 곳을 무지막지하게 찌른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핑계일 수도 있다. 벗어나고자 벗어나고자 했으나 벗어나지 못한 그는 어쩌면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자체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서글프다. 온갖 주위의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는 그의 모습이 어쩌면 요즘 현대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활활 타오르는 미무라가의 별채를 바라보면서 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탄다. 모두 모두 다 타버린다."

망연히 읖조리던 슌의 모습을 통해 드디어 해방감을 맛보았을 그의 모습이 그려져 조금은 안타깝고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기뻐해주고 싶었다.
지나가버린 시간과 존재하고 있는 시간이 함께 어우러진 장소 나가사키 미무라가 안에서 타버린 별채 안에서 슌은 또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진정으로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p.178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

p.179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는 말이지."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7.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