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두 사람의 클림트


클림트
(KLIMT)
크리스티나 아이헬 저 / 송소민 역
(the painted KISS)
엘리자베스 히키 저 / 송은주 역

영화 클림트를 보고 나오면서 너무나도 난해했던 문제를 풀기 위해 서점을 찾았고.
그 안에서 난 두 명의 클림트와 인사를 나누었다.
엘리자베스 히키의 클림트.
그리고 영화의 원작이라는 크리스티나 아이헬의 클림트.
새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사람이 이렇게 달라보이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관찰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같은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어도 받아들이는 감정은 달리하다는...
원작이었던 크리스티나 아이헬의 클림트는 영화만큼이나 난해했지만.
영화속에서 축약된 그 느낌들이 활자화되어 풀어지니 아~ 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크리스티나 아이헬의 클림트.
그녀가 만난 클림트는 어느 누구의 대변자의 입장으로서 관찰하는 클림트가 아닌 그 자신이 클림트였다.
화가가 유명세의 절정에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었던 그 시절을 중심으로 그는 말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안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방황하는 클림트.
그의 방황 속에서 내가 나인 것도 모르고. 그가 나인 것도 모르는...
자기만의 아이러니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안주할 수 없었기에.
나를 찾을 수가 없었기에.
방황할 수 없었기에.
그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붓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나를 알린다.
나를 알리는 그 작업으로 나를 찾고.
그 작업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그의 방황은 무엇으로 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단지 그의 힘겨운 방황만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더 안타깝게만 느껴졌을 뿐이었다.
찾을 수 없고 알릴 수도 없게 만들 붓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그의 생은 어떠했을까?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그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꿈 속을 거닐 듯 헤매이는 그를 만나 조금은 그의 그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었던. 그 무언가가 있던 크리스티나 아이헬의 클림트.
우리나라에서만이라는 생각이 드는 악마적 퇴폐와 고질적 순수의 공존이라는 부제만큼 이 책에서 만나는 클림트를 잘 표현한 말은 없을 것이다.

엘리자베스 히키의 클림트.
아이헬의 클림트와는 전혀 다른 클림트이다.
그의 전반적인 삶을 만남으로써 아이헬의 클림트에서 알 수 없었던 것을 알게 만들어 준 히키의 클림트.
클림트의 영혼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었던 에밀리 플뢰게의 회상으로 시작된다.
잡기를 원했지만 잡을 수 없었던 클림트.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 클림트는 새장에 가두어 놓고 볼 새가 아닌 머나먼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것을 봐주어야 할 새였다.
그래서 그녀는 더할나위 없이 공허함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기묘하게 치고 들어오는 클림트로 인해 평생을 묶여 살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화자가 본인이 아닌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 보니 아이헬에서 만난 클림트와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하나에 안주하지 못한 그의 모습은 동일하나(이거야 사실이니 동일할 수 밖에 없지만) 그가 가진 공허함의 깊이는 남달렀던 것이다.
아니 깊이의 정도를 떠나서 그 구멍이 다르다고 해야할까나.
아무리 돌고 돌아도 찾아오는 곳.
갖은 상처로 가지고 돌아와 치유를 받는 그곳은 단 하나 에밀리 플뢰게였다.

두명의 클림트를 보면서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본인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이다.
본인의 능력이라던가 사랑이라던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기에 그는 혼돈에 빠졌던 것이고.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기에 한 곳에 안주하지 못했던 것이고.
나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기에 사랑을 가져다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요즘 말로 치자면 추잡한 추문거리를 가져다 주는 한 사내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그 다른 무언가가 있었던 것이 바로 이 두 사람의 클림트이다.

보여줄 수 없었던 내면의 고통.
그것을 평생 끌어안고 살아가야 했던 클림트.

둘 중 어느 것이 좋으냐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대답하기 힘들다.
처음 두 권의 책을 막 놓았던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어느 것이 좋다고 단정지을 수 있었겠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정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라 생각되어 진다.
한 번쯤은 두 사람의 클림트를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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