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The Best of Roald Dahl)


맛 (The Best of Roald Dahl)
로알드 달 저 / 정영목 역


가벼운 마음으로 손에 들고 읽기 시작한 로알드 달의 단편집 맛.
이 책을 가벼운 소재덕에 책을 펼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을 덮었다.
그만큰 짜투리 시간에 읽기 쉬운 소설이었다.
위트가 가득하지만 마냥 웃기만 할 수 없는 묘한 꼬임이 이 책의 특징인 듯 하다.
그 뒤로 읽은 세계 챔피언은 조금 슬프기까지 햇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생각났다.
공중그네는 너무나도 재밌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은 터라 주변 친구에게도 권해 주었던 책이지만.
스토리진행의 짜임새는 매우 좋지만 이야기꺼리들이 그닥 밝지 않아 권하기가 어렵다.
공중그네의 선생은 독자들에게 밝음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반면 맛의 주인공들은 어두움의 즐거움을 전해준다.

동화를 많이 쓴 작가답게 다분히 권선징악적이다.
불분명한 권선징악이지만 어쨌든 결론은 잔꾀를 쓰지마라이니...
스스로가 잘해보려 노력하는데서 오는 것이 아닌 잔꾀를 부리다 된통 당한다는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순진한 시골사람을 사기치다 오히려 자신이 구렁에 빠져드는 목사의 기쁨.
숙부의 다이어리가 집에 도착하면서 액자구성으로 숙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손님.
이것만은 모르리라는 자만심에 빠져 내기를 걸었다가 오히려 당하는 맛.
남편을 속이려다 되려 남편에게 속이고 당하는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항해거리 맞추기로 내기를 걸고 봐달라는 그녀가 봐주지 않는 덕에 바다에 빠져버린 항해거리.
내기로 모든 것을 잃고 얻는 이야기 남쪽 남자.
고양이를 리스트의 환생으로 믿는 부인과의 이야기를 다룬 정복왕 에드워드.
급한성격의 와이프를 이해 못하는 남편이 향하는 하늘로 가는 길.
소년의 멋진 그림을 자신의 몸에 새긴 어느 문신가의 피부.
남편의 이야기에 큰 충격으로 자신도 모르게 일을 저지르고 수습하는 한 아내의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

자만심에 빠져 잔꾀를 부리는 이들에게는 결국 그 화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이야기들이다.
그 속을 가만히 살펴보면... 머랄까 작가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정복왕 에드워드를 제외하고는 남녀가 나오는 이야기 대부분은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함을 이야기한다.
이 책 후에 읽었던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와는 전혀 다른 여성관을 가지고 있어 비교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단순히 유쾌하지만은 않고...
그렇다고 진중하지도 않았지만 세상사람들을 향해 멋진 비웃음의 한 방을 날려주는...
단편소설만이 줄 수 있는 극적전개가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