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LIfe of Pi)


파이 이야기 (LIfe of Pi)

얀 마텔 저 / 공경희 역


친구가 회원으로 있는 북샵에서 무슨 책을 사면 좋을까 추천바란다고 하기에 입솝문이 좋앗던 이 책을 권해주었다. 내가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무슨 배짱으로 권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올라왔던 서평이 좋았던지라 적극 권장하였고 선뜻 손이 안가 구매하지 못했던 이 책은 그 친구에게 빌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책 너무 재미없어서 도저히 못읽겠어 하면서 가지고 온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 손으로 건너왔고 11월의 2주간을 나와 함께 지낸 책이 바로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이다.
첫 장을 넘길때 솔직히 그 친구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갔다. 너무나도 지루하고 지루했다.
어쩌면 파이가 당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나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데다가 그가 가지고 있는 사상(?) 또한 나에게는 이해가 되질 않는터라 정말 중간에 손을 놔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루했다.
그래서인지 첫 장의 진도를 빼기가 너무나도 힘겨웠고 그 덕에 장장 2주라는 시간을 거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첫 장이 다 지난 후 본격적인 그의 모험이야기는 너무나도 흥미진진했고 왕복 출퇴근 2시간은 이 책의 책장을 넘기기엔 너무나도 부족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막장은 늦게 퇴근하는 친구를 기다리겠다는 핑계로 까페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말에 할 말을 잃었고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헷갈리기까지 했다.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2부 태평양,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토론토와 폰디체리.
피신 몰리토 파텔. 줄여서 파이 파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 덕에 동물원은 무료로 출입하고 다른 일반인보다 더 많이 동물을 알았다. 그런 나에게는 종교가 3가지이다.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 모든 종교는 진실하다는 간디의 가르침에 이어 신을 사랑하고 싶을 뿐이라고 외치는 파이.
어느 날 인도가 무너지고 있다는 판단에 가족은 캐나다 이민을 결정. 동물원을 정리하고 몇몇 동물들과 함께 화물선에 오른다.

2부 태평양.
갑작스런 사고로 태평양 한 가운데 조난을 당한 파이.
넓고 넓은 바다 한 가운데 작은 세상인 배 안에 다리를 다친 얼룩말, 점박이 하이에나, 오렌지쥬스 오랑우탄 그리고 오랜 시간을 바다 한 가운데 작은 감옥에서 함께한 리차드 파커 뱅골호랑이가 파이의 동행자였다. 살아남기 위해 모포에 겨우 숙이고 들어간 파이. 그 안에는 모두들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생존다툼이 있었다. 그들에겐 공존이란 있을 수 없는가? 오랜 시간 자신이 자라온 환경 덕에 공존을 통한 생존보다는 먹고 먹임을 당하는 피라미드형의 생존만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후로 살아남은 리차드 파커와 파이.
내가 살기 위해 리차드 파커와 평화협상을 갖고 그 안에서 자신이 우위임을 보여주기 위한 길들임을 시작하는데 결과적으로는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 리차드 파커 나름대로의 생존을 위한 남모를 타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구사일생 끝에 살아난 리차드 파커와 파이.
리차드 파커는 잘 가라는 잘 있으라는 인사 한 마디 없이 아쉬움의 발걸음조차 주저함이 없이 그렇게 떠나가고 파이는 사람들에 의해 구조를 받는다.

3부 멕시코 토마틀란의 베니토 후아레스 병원.
주민들의 도움으로 살아난 파이.
파이가 입원한 병원에 찾아오는 일본 운수성 해양부의 직원이 찾아와 파이와 일대일면담의 기록들을 담은 이야기가 진행된다.
여기서 경악하게 될 진실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진실을 감추기 위한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어떠한 것이 진실인지는 독자가 판단해야한다는 것만 남겨둔채...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소년의 생존이야기가 담겨진 모험소설이 아니다. 단순한 모험소설로만 분류하기엔 파이의 사상이 너무나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3부에 나타난 결말은 극악의 혀를 내두르게 만드니...
신에 대한 믿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하면서도 무서운 생존의 의지.
인간과 인간의 믿음.
이 모든 것들이 이 소설에는 담겨져 있다.
2부 태평양을 시작으로 3부로 귀착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이 1부에서 파이가 바라본 동물원의 동물들의 모습과 각 종교에 대한 나름의 판단과 믿음이 모두 압축이 되어 있다.
거꾸로 지루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1부의 파이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라는 것이다.
파이가 바라본 동물원의 모습은 결코 동물원 안의 동물들의 모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자유의지 그리고 생존을 향한 의지가 살아숨쉬고 있었고.
파이가 가지는 3가지 종교이야기는 단순히 신에 대한 믿음만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파이의 마지막 말이 너무나도 크게 진한 여운으로 자리를 잡아버려 어떠한 것이 진실이고 아닌지는 판단할 수가 없다.
그가 말하고 있는 이 두가지의 결론은 어떠한 입장에서든 끔찍하고 비극적이기에 판단하려 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궁금한 이는 지루하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꼭! 읽어보길 바란다.


p.17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죽음은 시샘이 많고 강박적인 사랑을 거머쥔다. 하지만 삶은 망각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고, 중요하지 않은 한두 가지를 놓친다.

p.96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걸 모른다. 바깥의 악은 내면에서 풀려나간 악인 것을…. 선을 위한 싸움터는 공개적인 싸움장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인 것을….

p.204
근본을 흔드는 공포, 생명의 끝에 다가서서 느끼는 진짜 공포는 욕창처럼 기억에 둥지를 튼다. 그것은 모든 것을 썩게 한다. 그것에 대한 말까지도 썩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힘껏 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피하려 하고 심지어는 잊으려 하는 고요한 어둠으로 다가오면 우리는 더 심한 공포의 공격에 노출된다. 우리를 패배시킨 적과 진정으로 싸우지 않았으므로.

p.375
세상은 있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에요. 우리가 이해하는 대로죠, 안 그래요? 그리고 뭔가를 이해한다고 할 때, 우리는 뭔가를 갖다붙이지요. 아닌가요? 그게 인생을 이야기로 만드는 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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