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東京タワ-)
도쿄 타워 (東京タワ-)
에쿠니 가오리 저 / 신유희 역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Rosso편이었으며 도쿄 타워가 오기까지 마지막 작품은 낙하하는 저녁에서 였다. 그녀의 작품 중 주변 추천작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원제:いくつもの週末)였으나 그녀의 작품을 낙하하는 저녁 이후로 보지 않게 된 연유는 바뀌지 않는 역자(김난주) 때문이었다.
난 문학에 대해서도 번역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문학책의 번역은 작가의 감성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감성을 얼마나 더 잘 표현하냐 하는 것이 역자의 우량이라고는 하지만 과도한 의역과 역자 뜻대로의 명칭 정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고전에서 현대물로 바꾸는데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명칭 변경도 아닌 주인공이름을 바꾸다니..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 아닌 분노를 느꼈고 이에 따라 그녀의 이름으로 번역이 된 책은 보지 않음에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제일 많이 번역해온 역자 입장에서는 작가의 감성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머..
여튼간에... 낙하하는 저녁 이후 오랜만에 만난 책이 바로 도쿄 타워다.
나른한 오후 해질녘 땅거미가 스르르 지는 시간.
따스한 커피 한 잔과 떨어지는 낙엽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나.
작가가 나에게 주는 감성 코드 중 하나이다.
그만큼 외로운 홀로서기.
가슴 속에서 받혀오는 사막같은 건조함 속에 뜨거움들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친구 시후미를 사랑하는 토오루.
어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씩 침식당하는 토오루.
토오루는 그렇게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내 세계는 시후미를 향하여 돌고 시후미와 함께 돌며 시후미가 내 세계의 중심이다.
그래서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에 있는 이 시간이 점점 힘겨워진다.
게임과도 같은 사랑을 즐기는 코우지.
가벼운 즐김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연상의 여인 키미코와의 사랑.
연상의 여인에게서 느낄 수는 없지만 편한 친구와도 같은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유리와의 사랑.
나 코우지는 묘한 스릴감이 있는 쾌락과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쾌락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면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두 곳에 있는 나는 나이다.
이것들이 내 나름대로의 사랑의 방식이며 진지함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내 시간을 즐겁게 가질 수 있는 사랑이다.
이 둘의 사랑의 공통점은 바로 연상과의 불륜의 사랑이다.
소년들의 시점으로 흐르다보니 불륜 이전에 이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그네들 나름대로의 진지함 그리고 고민들을 가지고 그네들의 사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 말이 왜 이러냐.. --;)
나름대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토오루와 코우지의 사랑.
하지만 역으로 시후미와 키미코의 사랑은 어떤가?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전.
남편과의 둘 만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
그네들의 안정감의 공간과는 별도로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틈틈히 내 시간을 채워줌으로써 비워진 공간에서 올 수 있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이들이 있었기에 내 안정된 공간에 대한 편안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시후미와 키미코)는 이기적이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 사이에 숨어있는 그녀들의 이기적인 사랑이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불륜의 사랑을 아이들의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으로 표현해낸 작가가 참으로 대단하다.
홀로 떨어져 있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맡고 있는 듯한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소설 도쿄 타워.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영화에서는 어떠한 시각으로 그네들의 사랑을 표현할 지 궁금하다.
덧.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중 이번편까지 총 5편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그 중 개인적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책이 가장 좋았다.
p. 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p.115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p.327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 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아. 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