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Read a Book 2009. 3. 23. 23:39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온다리쿠 저 / 권남희 역
걷는다.
오로지 걷기만 할 뿐 크나큰 사건이라 칭할 만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지만 내 안에 숨겨두었던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나고 걷는 행위 끝에는 새로운 날을 위한 내가 존재할 뿐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없다.
그냥.. 내가 보는 것들 그리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크나큰 감정의 동요없이 잔잔하게 웃으면서 읽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년 여름 끝에 치뤄지는 보행제.
올해는 3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시절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행제가 된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짐하고...
이번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다짐한다.
고교시절 마지막 행사인만큼 마음이 맞고 존경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걷는다는 것 만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일이 없다.
니시와키 도오루는 친구 도다 시노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다 다카코는 친구 유사 미와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만족스러운 고등학교 마지막 보행제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끈끈함이 더 진해짐과 동시에 저 멀리 친구 안나의 주문으로 찾아온 그녀의 동생 준야의 등장으로 마음속에 가둬두었던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들의 화해가 이루어 진 것이다.
작년 보행제때 3학년 선배가 울면서도 아파하면서도 차를 안타고 끝까지 완주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 사카키 안나가 걷는 것 뿐인 이 보행제가 왜 이리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또 다른 끝의 그 경계선 아래에서 보고 배운다.
단지 걷는다는 것뿐인 보행제 안에서 배운다.
지금이라는 현재의 내가 나에게 주는 지금의 소중함과 나의 또 다른 나의 시작과.
친구와 친구 사이의 경계선의 끝을 배운다.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게 이끌어가는 그네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p.155
홀로서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잘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분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p.358
보행제가 끝난다.
마라톤 수업도, 커플 머리띠도, 굳은살투성이의 다리도, 바다의 일몰도, 캔커피로 하는 건배도, 쑥떡도, 리카의 연기도, 치아키의 짝사랑도, 누군가의 사촌동생도, 헤어져버린 미와코도, 시노부의 오해도, 도오루의 시선도 그 모든 것이 다 과거의 일.
뭔가가 끝난다. 모두 끝난다.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여러 가지 장면들이 잔뜩 돌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타카코는 중얼거린다.
뭔가의 끝은 뭔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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