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THE RELUCTANT TUSCAN: How I Discovered My Inner Italian)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THE RELUCTANT TUSCAN: How I Discovered My Inner Italian)
필 도란 저 / 노진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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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보면서 제목을 짓는 우리나라의 센스란 참으로 좋다고 해야할까?
여튼.. 이 책은 작가의 토스카나 정착기 정도가 되겠다.

더 이상의 히트작은 없다.
기나긴 시간을 방송작가로서 몸바쳐 일해 왔건만 지금 필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이 짜증을 불러오고 급기야는 아내가 몰래 이탈리아의 집을 마련했다.
이곳을 버리고 함께 이탈리아에서 살아가자는 아내의 말.
내 평생을 살아온 곳인데 이렇게 쉽게 버리고 갈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삼아 찾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도시생활에서 제대로 벗어난 기억조차도 없는데 살금살금 흘러가는 시간이 이곳도 흐르는구나 라고 알 수 있지 너무나도 여유롭다.
그 여유로움에 숨이 막힌다.
헤어짐도 생각해 봤지만 쉽지는 않다.
아내와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쉽지만은 않다. 모든 것이 열려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조금씩은 낯선 타인에게 감춰진 모습이 화가 난다. 아마도 아직 내가 여기 생활에 젖어들지 못해 그들에게 동화되지 않아 느껴지는 것들이 아닌가?
조금씩 조금씩 그들과 함께 살아 숨쉬며.
그들과 함께 그들처럼 식사를 하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그렇게 물이 들어간다.
지금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느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한낮의 잠을 즐기며 함께 기뻐하고 나누면서 느껴지는 것은 가면이 벗겨진 진실한 마음이 그대로 우러나오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작가처럼 도시생활을 벗어나 살아본 적은 없다.
나름 여유를 갖고 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는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에 쫓기고 무언가를 한다하는 행위를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것들...
나한테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묻는 다면 힘들지 않을까 하고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세상을 향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작가 필 도란 처럼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곳에서 함께 살아 숨쉬고 싶다.


p.361
내 생체 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 이탈리아에서는 훨씬 천천히 흘러간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느라 바쁜데 나 혼자 급하게 살 필요가 뭐가 있는가.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훨씬 덜 급해졌고, 나는 좀더 평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