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모던보이

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일 / 김혜수 / 김남길

해피엔드에서의 강렬함으로 기억하고 있는 감독 정지우.
그리고 장장 4년이라는 기간을 걸쳐 나온 영화라는데...
내심 볼까 말까 망설이다 보고 온 사람들의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 쫄래쫄래 가서 보고 온 영화.
영화를 보고서 느낀 건 딱 하나.
"난 허풍선이가 싫다. 정말 싫다."
-ㅁ-
영화를 보는 내내 박해일의 연기가 너무 불편했다. 불편하다 못해 온 몸을 틀 지경이었다. 과장된 말투와 움직임이 아마도 내게 불편함을 던져준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연기가 좋다 나쁘다로 판가름하는 것은 아니다. 박해일이 맡은 캐릭터 자체가 나약하면서도 뱃속에 허풍을 가득 담고 다니는 캐릭터가 아닌가 싶은 것이.. 그런 면으로 본다면 참으로 멋진 연기였다. 마지막 그 힘이 빠진 연기를 보면 확실히 허풍선이라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일제 강점기 하면 대부분 떠오르는 영상은 독립운동을 위해 몸바쳐 열심히 투쟁하는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는데 모던보이 속의 일제강점기는 독립운동가의 힘겨운 투쟁의 모습보다는 그들에게 빗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나라가 망했든 말든 그냥 시대의 조류에 몸을 맡긴채 흘러가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여진다. 이러한 면면은 어쩌면 저 안에 감춰두고 싶었던 모습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박해일과 김혜수라는 두 배우의 조합을 보면서 이보다 전에 보았던 하정우와 전도연의 멋진 앙상블이 담겨진 영화 멋진 하루가 생각났다. 멋진 하루 속 두 배우는 연기를 하는구나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그 캐릭터에 온전히 맡겨버린 형태라면 박해일과 김혜수는 뭐랄까 본인의 옷 위에 캐릭터의 옷을 입힌 느낌?! 그래서 그들의 연기는 정말 연기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있다. 잘하고 잘못하고는 모르겠지만 호불호를 따진다면 개인적으로 전도연이라는 배우의 팬 아닌 팬인지라... 멋진 하루쪽에 한 표를 던져주고 싶다는...

뭐 어쨌든.. 이 영화가 내게 다시 깨닫게 해 준 진실 하나.
허풍선이가 싫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