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NSTER 이승애 개인전

THE MONSTER 이승애 개인전
2008.12.11 ~ 2009.01.20
아라리오 서울


언젠가부터 아라리오 서울을 종종 찾아가 준다.
이 미술관은 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도록 한다. 뭐랄까 아라리오 서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어 대림미술관 이후로 마음에 드는 장소로 선정해 놓은 곳이다.
연필드로잉으로 그려진 이승애 작가의 몬스터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무섭고 두려운 존재 몬스터라기 보다는 연필선 속에 드러나는 섬세함이 함께 어우러져 예민한 듯 하면서도 자기희생적인 느낌을 가져다 주는 몬스터이다. 타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우리를 공격하는 것들로부터 보호해주기 위해 우리의 세계를 감싸안아주는 듯한 몬스터랄까...
그래서 무섭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측은한 느낌을 더 가져다 준다.
잘짜여진 환상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몬스터는 막연히 그림을 본다라는 느낌보다는 그 그림 속 이야기를 읽어내는 듯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전시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시간이 된다면 꼭 한 번쯤은 보러 가는 것은 어떨까 싶다.
특히나 스토리가 담겨진 그림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층 더 행복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듯 싶다.



아라리오 서울 갤러리에서 12월 11일부터 2009년 1월 20일까지 이승애의 괴물들을 만나보자. 공상과학영화 속 에일리언 같기도, 진화 이전의 고대 동물 같기도 한 그녀의 괴물들은 라틴어 원어 monstere (보여주다)의 의미를 구현하는 존재로, 인간 내면의 어두운 힘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현재적 불만과 정치 사회적 부조리, 대적할 수 없는 거악을 일망타진 하고픈 나약한 개인들의 집합적 욕망을, 상상력의 형태로 내세운 것이 이승애의 괴물들인 것이다. 이들은 각각의 특성에 맞는 고유의 이름뿐 아니라 그들의 탄생비화와 존재의 목적, 운명, 그리고 이들과 작가와의 정신적 소통의 내용들을 지니고 있다. 소설과도 같이 쓰여 내려간 작가의 글을 통하여 이들은 생명을 부여 받고, 화면이라는 특정한 시공간적인 제한을 벗어나 나름의 역사와 이야기를 가짐으로써 화면을 넘어 문맥과 개념 속에서 생명을 가진 채 살아있게 된다.

표범의 몸통에 입 주변은 포유류의 날카로운 치아대신 편형동물 무더기가 꿈틀대는, 신화 속 메두사의 머리를 변형적으로 계승한 것 같기도 한 Green Eyes. 작가의 설정에 따르면 인류의 슬픔은 하나의 신호로 이 괴물에게 전해진다고 하는데, 머리에 붙어있는 4개의 눈은 인류의 분노와 슬픔이 보내는 신호를 보다 잘 식별하려는 배려 같기도 하다. 또 다른 대작 Mother 는 머리에 난 뿔 여섯 개와 뱀의 비늘이 돋은 얼굴, 긴 콧수염 등 동양적 용의 형상을 취하고 있으며, 그 품 안에는 원생동물, 혹은 편형동물 세포들이 한아름 안겨있다. 이 괴물의 모성애는 절망에 빠진 인류에 대한 위로를 표상하는 것 같다.

전시관 2층에는 자연사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표본함들 속에 몬스터 드로잉을 한 장씩 배치하여 마치 생물 표본실을 연상시키는 인스톨레이션이 설치된다. 이 소형 괴물들은 피부가 말라 비틀어져 골격 위로 달라붙다시피 한 처절한 주검이다. 1층 전시관에서 대형으로 재현된 괴물이 인간 심성 안에서 투쟁 중인 ‘현역’ 괴물의 활약상을 보여준다면, 표본실에 박제된 나약한 괴물은 건드리면 바스러질 만큼, 몸통에서 한줌의 숨결마저 느껴지지 않는 미이라다. 소형 괴물의 본질은 인간 심성에 비친 사회 소수자에 대한 연민이 현현된 것이다. 이 중 잠자리 날개를 단 ‘아저씨’ 미이라 5 는 한 노숙인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으로, 사회에서 버림받은 낙오자에 대한 측은함이 고물의 형체로 배출된 예이다.

전시장 1층에는 전지 사이즈를 짝수로 이어 붙인 대형 드로잉 6점, 2층 표본실에는 20점 정도의 소형 미이라들이 전시되는 이승애의 두 번째 개인전 ‘The Monster’. 무력한 개개인이 대적할 수 없는 거악에 맞설 대항군으로 탄생된 이승애의 새로운 괴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반이정 ‘세계는 괴물을 필요로 한다’ 일부인용

- 전시개요 및 작품이미지 출처 : 아라리오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