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거북했던 한국근대미술걸작전
Culture Life 2009. 3. 17. 23:37
한국 근대 미술 걸작전 : 근대를 묻다
2008.12.23 ~ 2009.03.22
덕수궁미술관
총 4개의 테마(근대인, 근대의 일상, 근대의 풍경, 근대인의 꿈)로 전시된 이번 미술전은 한국 근대미술의 발자취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전시회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조금은 거북한 이유는 뭘까?
일본화풍이 그대로 느껴지는 그림들이 거북한 것일까?
아니면 친일작가들의 작품이 고스란히 전시되어서 거북한 것일까?
일제강점기 아래 예술가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처음 전시회를 갔을때 어? 이 사람은 하고 혹시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친일을 한 총 8명의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던 것도 모자라 친일미술단체로 일본에 충성을 했던 단광회 회원의 작품도 전시가 되어 있었다.
(단광회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한일 합작 미술단체로 임응구, 김인승, 김만형, 손응성, 심형구, 박영선, 이봉상이 소속되어 있다. 이들 중 이번 전시회에 김만형, 박영선, 이봉상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하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폐의 그림들 중 친일화가의 작품들(김은호, 김기창, 장우성)이 실려있는데 말해 무엇하리.. --;
근대미술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들의 작품이겠지만 뒷맛이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리고 근대지식인의 표정들을 담았다는 그림들은 하나같이 상류사회의 지식인들을 담아낸 것 같다. 내심 이번 전시회에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들을 담은 그림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에 관련된 작품들이 생각보다 적어서 조금 아쉬웠다.
전시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한국의 마티스, 세잔, 고갱등의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면 주저않고 추천하고픈 전시회이다.
[참고]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친일작가 명단 : 구본웅 김기창 김은호 박영선 이봉상 이상범 장우성 정종여
전시개념
건국 60주년(국립이라 그런가? 건국60주년이라는 말이 너무나 거슬린다. --;)을 기념하여 개최되는 "한국근대미술걸작전 : 근대를 묻다"는 한국근대미술을 이끌었던 100명의 거장들의 23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격동의 역사 속에 묻혀버린 근대인들의 삶과 꿈이 어린 것으로, 오늘을 이루는 원동력을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01. 근대인
근대적 특징의 핵심인 '주체적인 자아의 발견'은 교육을 통해 가능했으며, 근대적 인간으로서 교육의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직업적 세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당시 지식인의 모습은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이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반신상의 자화상과 초상화로 제작되었으며 더 나아가 집단이 아닌 개별적 의식을 반영하고 금기시되어왔던 육체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으로 발전하기도 하였다.
02. 근대인의 일상
램프, 기차, 자전거와 유리창 등 과학의 발달이 가져다준 새로운 문물의 수혜는 신문이나 잡지 등이 가져온 근대적 인식의 확산과 함께 근대국가와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장치로 도입되었다. 이러한 기제들이 등장하는 당대의 생활 모습에는 근대인들의 희노애락이 새겨져있다. 자의식의 발견과 함께 확산된 자유연애사상, 사랑과 애정을 기반으로 한 내밀한 부부, 가족관계로의 변화 그리고 식민과 전쟁 등의 시대적 고난 등은 작품 속에 나타나기도 한다,
03. 근대의 풍경
근대적인 공간의 경험은 근대인들의 인식의 변화에 기여하였다. 근대의 풍경에서는 종래의 전통적인 산수로서의 자연에서 탈피하여 근대적 공간으로 묘사된 풍경을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관념산수화에 담아왔던 사의 대신 과학적 관찰을 통한 사생 풍경화, 도원경이나 이상향이 아닌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원근법과 명암법을 이용하여 그려진 풍경화는 일상적인 공간인 근대도시와 농촌이라는 삶의 터전 뿐 아니라 여행이라는 근대적 공간이동을 통해 제작된 명승지의 풍경이나 이국풍경을 낳게 하였다.
04. 근대인의 꿈
근대인의 꿈은 근대적 시공간 속에서 사실상 교육을 통한 자아실현과 구국애족이라는 이상이 실현되기 어려웠던 사실에서 출발하였다. 일제가 가져온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식민지의 근대인들에게는 재능과 열정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현실 속에 이루어지지 않은 꿈 대신 작가들은 유토피아를 향한 몽환적인 꿈을 꾸기도 하였고, 서구중심이 아닌 동양중심의 세계관을 꿈꾸며 전통적 특성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05. 특별전 근대의 복원
특별전 형식으로 구성된 5부는 근대미술작품의 보존과 수복을 소개한다. 식민과 전쟁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 일구어져 오늘에 이른 근대미술작품이 제작되었던 시기는 보존적 측면은 고사하고 작업에 필수적인 재료조차 구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으므로 근대미술품이 지닌 미술사적 가치에 비해 재료의 열악함은 작품의 보존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미술작품의 보존 수복에 대한 소개를 통하여 미술품의 보존 관리와 관람문화 정착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