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9 도쿄 타워 (東京タワ-)
  2. 2009.03.07 사랑없는 공간속에 외로움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장미 비파 레몬 1

도쿄 타워 (東京タワ-)


도쿄 타워 (東京タワ-)

에쿠니 가오리 저 / 신유희 역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Rosso편이었으며 도쿄 타워가 오기까지 마지막 작품은 낙하하는 저녁에서 였다. 그녀의 작품 중 주변 추천작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원제:いくつもの週末)였으나 그녀의 작품을 낙하하는 저녁 이후로 보지 않게 된 연유는 바뀌지 않는 역자(김난주) 때문이었다.
난 문학에 대해서도 번역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문학책의 번역은 작가의 감성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감성을 얼마나 더 잘 표현하냐 하는 것이 역자의 우량이라고는 하지만 과도한 의역과 역자 뜻대로의 명칭 정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고전에서 현대물로 바꾸는데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명칭 변경도 아닌 주인공이름을 바꾸다니..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 아닌 분노를 느꼈고 이에 따라 그녀의 이름으로 번역이 된 책은 보지 않음에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제일 많이 번역해온 역자 입장에서는 작가의 감성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머..
여튼간에... 낙하하는 저녁 이후 오랜만에 만난 책이 바로 도쿄 타워다.

나른한 오후 해질녘 땅거미가 스르르 지는 시간.
따스한 커피 한 잔과 떨어지는 낙엽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나.

작가가 나에게 주는 감성 코드 중 하나이다.
그만큼 외로운 홀로서기.
가슴 속에서 받혀오는 사막같은 건조함 속에 뜨거움들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친구 시후미를 사랑하는 토오루.
어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씩 침식당하는 토오루.
토오루는 그렇게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내 세계는 시후미를 향하여 돌고 시후미와 함께 돌며 시후미가 내 세계의 중심이다.
그래서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에 있는 이 시간이 점점 힘겨워진다.

게임과도 같은 사랑을 즐기는 코우지.
가벼운 즐김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연상의 여인 키미코와의 사랑.
연상의 여인에게서 느낄 수는 없지만 편한 친구와도 같은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유리와의 사랑.
나 코우지는 묘한 스릴감이 있는 쾌락과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쾌락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면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두 곳에 있는 나는 나이다.
이것들이 내 나름대로의 사랑의 방식이며 진지함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내 시간을 즐겁게 가질 수 있는 사랑이다.

이 둘의 사랑의 공통점은 바로 연상과의 불륜의 사랑이다.
소년들의 시점으로 흐르다보니 불륜 이전에 이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그네들 나름대로의 진지함 그리고 고민들을 가지고 그네들의 사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 말이 왜 이러냐.. --;)
나름대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토오루와 코우지의 사랑.
하지만 역으로 시후미와 키미코의 사랑은 어떤가?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전.
남편과의 둘 만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
그네들의 안정감의 공간과는 별도로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틈틈히 내 시간을 채워줌으로써 비워진 공간에서 올 수 있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이들이 있었기에 내 안정된 공간에 대한 편안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시후미와 키미코)는 이기적이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 사이에 숨어있는 그녀들의 이기적인 사랑이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불륜의 사랑을 아이들의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으로 표현해낸 작가가 참으로 대단하다.
홀로 떨어져 있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맡고 있는 듯한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소설 도쿄 타워.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영화에서는 어떠한 시각으로 그네들의 사랑을 표현할 지 궁금하다.

덧.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중 이번편까지 총 5편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그 중 개인적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책이 가장 좋았다.

p. 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p.115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p.327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 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아. 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1.14 -

 

사랑없는 공간속에 외로움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장미 비파 레몬


장미 비파 레몬 (薔薇の木 枇杷の木 レモンの木)
에쿠니 가오리 저 / 김난주 역

오랜만에 만난 에쿠니 가오리.
너무나도 그녀다운 이야기에 솔직히 할 말은 그리 많지도 않다.
단지 다 읽고 난 후에 떠오르는 구절 하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외롭다.(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혼동하진 않길...) 
어디서 본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저 말이 왜이리도 머릿속을 맴맴 도는지...
그나마 저 말도 사랑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 소설은 역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 책 속에 있는 이들의 근원이 사랑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으로부터 시작이 되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도우코.
이미 결혼한 언니의 옛애인을 아직까지도 홀로 사랑하고 있는 소우코.
꽃집을 운영하면서 더 이상 남편과의 사랑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에미코.
제일 세련되면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보이나 뒤로는 모든 외로움을 끌어안고 사는 레이코.
삶 하나하나가 무료하고 더 이상은 코드가 맞지 않은 남편과 살아가는 것이 짜증일색인 아야.
이 남자의 모든 것이 좋아 작은 분신까지 품고마는 에리.
모든 것이 시니컬하게 느껴지지만 이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저돌적인 사쿠라코.
사랑이 깨어진 후 다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 사는 미치코.
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사랑을 오래전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잊어버린 마리에.

p.175
요즘 들어 마리에는,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너무 늦지 않는 편이 좋다고 절감하고 있다. 여성 잡지에서도 줄곧 떠드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적령기란 말을 난센스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마리에는 뭔가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고 자신의 정열을 믿을 수 있고 무언가가 뒤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생활의 자잘한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데 길들기 전의 나이.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다.

p.307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곁에 있고 싶다고 상대가 필요로 하면 나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더 필요시되고 싶은 욕망,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싶은 욕망.

p.311
연애란 멋진 것, 이라고 곤도는 생각한다. 단순하고 명쾌하며 타산이 없는, 즉 불필요한 것이 개입되지 않은 연애는 멋지다고.

p.323
서로의 사정에 유리한 결혼이었다. 사회라는 황량한 장소에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p.344
부부가 늘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보지만, 제 손으로 만든 리소토를 혼자 먹자니 서글프고, 츠치야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그 사람을 필요로 할까.


다들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갖고 결혼을 하고, 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때로는 자신의 생활을 찾기 위해 결혼생활을 파탄내기도 한다. 각자의 입장으로 보면 참으로 이기적인 이유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충족되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겠지만서도 참으로 서글프다.
9명 각자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이 갈구하는 것은 하나같이 사랑이며 삶에 있어 사랑이란 것이 충족되어지지 않기에 이들은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미래의 내 인생의 동반자는 이 책속의 남편들과 같은 인물이 아니기만을 바래본다.

마지막 옮긴이(김난주)의 말이 공감이 가는 지라 적어본다.
그녀들은 외롭다고, 누구든 사랑해달라고 목 놓아 외치지 않을만큼 자립적이고, 집요하게 결혼이란 틀을 고수하면서도, 사랑이 무너진 순간 홀로 서기를 결심할 만큼 독립적이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꺾을 만큼 이기적인 한편, 언젠가 찾아올 사랑을 위해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 만큼 과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성실함에 취해 남편의 외도를 눈치 못 챌 만큼 어리석고, 부부 싸움을 하고서도 남편이 보내주는 꽃다발에 웃음 지을 만큼 너그럽고, 자식의 아픔에는 한없이 약하며, 자신의 고독에는 눈물을 삼키는, 여자들 모두의 모습,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여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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