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talk'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07.11.30 셰리베이비 (Sherrybaby)
  2. 2007.10.17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3. 2007.09.13 즐거운 인생 1
  4. 2007.07.03 카모메 식당 ( かもめ食堂 ) 4
  5. 2007.05.30 밀양
  6. 2007.05.22 숏버스 (shortbus)
  7. 2007.05.18 눈물이 주룩주룩 (淚そうそう)
  8. 2007.04.10 우아한 세계
  9. 2007.04.09 블랙북 (Zwartboek / Black Book)

셰리베이비 (Sherryba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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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리베이비 (Sherrybaby)
감독 로리 콜리어
출연 매기 질렌홀 / 브래드 윌리암 헨크

보면서 참으로 많이 울컥울컥했다.
결국엔 불이 켜질때까지 온 곳을 헤매이고 있는 감정을 추스리느라 고생했다.
무엇이 그리도 나를 뒤흔들어 놓았냐고 묻느냐면 솔직히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주인공이 처한 환경이 내 속을 열번은 넘게 뒤흔들어 놓았고 그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실이라는 것이 다시 한 번 뒤흔들어 놓았다.
자신의 딸을 그리도 사랑한다면서 왜 그녀는 딸을 지키지 못했는가.
왜 자기 의지를 잃어버리고 약에 의존하여 딸과 함께 하지 못했는가.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짜증이 났고...
자신의 감정 하나 제대로 추스리지 못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그녀의 모습도 짜증이 났고...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들의 매 순간순간이 짜증이 일었다.
왠지 그녀는 세상의 벽과 소통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온 몸으로 그녀는 벽을 향해 소리치고 그 벽을 뚫고 나오지 못해 그 안에서 주저 앉아 버리는 듯한...
그녀는 내내 소리친다.
내가 일어서려 하는데 왜 도와주지 않느냐고...
그녀는 온 몸으로 온 힘을 다해 소리친다.
그래도 그녀는 주변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 사람들 때문에라도 그녀는 다시 일어서지 않을까 하고 내 나름의 해피엔딩을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우선 매기 질렌할이라는 배우의 이름 탓이다.
그녀는 독특한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그녀가 나온 영화를 보고 있다 보면 그녀의 캐릭터에 푹 빠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그녀의 이름만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고 보고 나서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또한 매력적이다.
단순한 기승전결의 구도일 뿐인데 머 별다를 게 있냐고 하겠지만 셰리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이야기이다.
머랄까 단순히 대사를 치고받는 것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온 몸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느낌.
그래서 우울한 영화이긴 하지만 매력적인 영화라 생각든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내내 우울하지만 살짝 열어놓은 그녀의 앞 길을 생각하면 해피엔딩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진장 많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나가야할 지 잘 모르겠다.
뒤죽박죽 여기저기 뒤엉켜버린 것을 어떻게 풀어야 할 지...
그냥 단순한 결론은 하나다.
참으로 매력적인 영화라는 것이다.

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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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핑 베토벤 (Copying Beethoven)

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
배우 에드 해리스 / 다이엔 크루거


소리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던 영화 카핑 베토벤.
오랜만에 귀가 호강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 영화는 리스트에 올라와 있지 않았다가 9번 교향곡을 듣고 필히 극장 가서 봐야겠다 생각하고 보게 된 영화이다.
단순히 그 이유 하나뿐이었기에 기대치도 낮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탄탄하냐? 그건 결코 아니다. 스토리가 탄탄하다기 보다는 시각적인 즐거움과 청각적인 만족스러움이 끝인 영화이다.
베토벤이 어떻게 해서 9번 교향곡을 완성하고 초연했을까에 대한 의문을 시작으로 안나 홀츠라는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이 영화는 9번 교향곡의 숨겨진 뒷 이야기를 한다.
솔직히 이 영화의 이야기는 그게 다 이기때문에 스토리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은 없다.
단지 시각적인 즐거움 그리고 톡톡하게 살아난 캐릭터, 청각적인 풍만함이 가득 채워진 영화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시각적인 즐거움이라 함은 18세기 유럽의 모습인데 아직까지도 옛 정취를 고스란히 담아낸 거리의 모습이라던가 나무바닥으로 인해 위아래가 하나인 듯 거리감을 주지 않던 아파트 풍경 그리고 돌로 이루어진 거리를 내달리는 마차의 모습 등... 유럽에 대한 또 다른 동경을 그리게 만들어준 화면이 살아있다.
너무나도 베토벤과 닮아 있는 에드 해리스의 모습은 괴팍했다던 그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스크린 밖으로 실려 나왔다. 정리 안되 헝클어진 머리나 지팡이를 들고 휙휙 휘둘던 그리고 그가 하나의 음악을 그렸던 그 장소에서도 그의 캐릭터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어 가상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냐는 데 더 힘을 실어주고 잇다.
청각적인 풍만함은 솔직히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9번 교향곡이 연주되던 그 장면은 여성감독의 섬세함으로 인해 듣지 못하는 베토벤의 어지러운 속내나 그가 가졌던 무소음의 세계 그리고 머릿속에 음악들이 춤추고 있어 그를 느끼고 있는 베토벤을 통해 공간에서 가져다 주는 음의 소리 보다는 베토벤의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음악을 들려주는 듯 했다. 소름이 쫘악 오르다 못해 벅찬 감동에 눈물까지 슬쩍 나오더라는... (다행히도 나만 느낀 감정이 아니어서 면 팔리진 않았다. 여기 저기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으니...)

여튼간에...
눈이 부시도록 시각적인 효과는 없지만 웅장함이 가득 느껴지는 음악 하나만으로도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준 카핑 베토벤...
오랜만에 귀가 포식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즐거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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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운 인생
감독 : 이준익
출연 : 정진영 / 김윤석 / 김상호 / 장근석

감독의 이름표 하나만으로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가지 않을까 싶은 영화 즐거운 인생.
감독은 영화 속에서 계속 질문한다.
당신에게 있어 즐거운 인생이란 무어냐고...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평범치 않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즐거운 인생.
영화는 말 그대로 유쾌했다.
가볍게 즐기면서 와우~ 하면서 볼만은 했다.
장근석이라는 배우의 재발견도 했고...
하지만 100% 공감할 수 없었던 그 무언가가 아쉬움을 많이 남겨주었다.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버지가 있다면.
반대로 와이프와 아이의 눈치를 봐가면서 살아가고 있는 아버지가 있고,
저 멀리 아이의 교육을 위해 떠나보낸 와이프와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에 매진하고 있는 아버지도 있다.
각 캐릭터의 설정 자체에 대해서는 지극히 평범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이지만...
이 인물들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공감이 안되더라.
그래서 그 점이 너무도 크게 아쉬움으로 남겨져 버렸다.
다르게 생각해 보면 네들 자신의 인생을 살아라 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같지만 그건 말 그대로 타인의 입장에서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던지는 이야기이다.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 빗대어서도 쉽게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니 그 점이 아쉬움으로 남더라.
카메라에 담겨진 시선들이나 음악이나 모두 좋았다.
바로 이전의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의 시선과 같은 느낌이 들어 더 좋았달까.
음악도 신나면서도 좋았던... 아쉬운 건 마지막 엔딩롤 처리 시 관객들로 하여금 잔잔한 여운을 남겨주려 라이브 음악에서 살짝 바뀌는데 오히려 라이브 음악이 끝까지 나왔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sk의 ttl 팅모델로 먼저 알려진 배우 장근석.
그가 이렇게 멋지게 변신할 줄이야.
황진이는 보질 않아서 어떠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 속에서 장근석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가 이렇게 멋있어 질 줄이야. 와우~
어릴 때 선하고 맑게 웃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약간의 고민을 짊어지고 있는 요즘 시대에서 보는 청년의 얼굴을 보여 주고 있었다.
김윤석씨야 워낙에나 얼굴이 다양한 배우라 더 이상 이를 데가 없지만...
아내와 아이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기영의 역활을 분한 정진영의 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많다.
그가 맡고 있는 캐릭터는 나름(!)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의 캐릭터가 한쪽으로 굳혀진 듯 하여 너무나도 아쉽더라.
이전의 영화 왕의 남자에서 보여주었던 연산군의 캐릭터가 여기서도 보인다고 할까?
카리스마가 있느냐 없느냐로 따진다면 당연 다르겠지만 발성 톤이나 등등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보여지더라.
어쩌면 정진영이라는 이름의 고유 캐릭터를 부여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일지도 모르나 그것을 플러스로 이용하느냐 마이너스로 이용하느냐는 순전히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들은 플러스적인 면보다는 마이너스적인 면이 더 많아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쓰다보니 영화에 대해 불만만 터뜨린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이 영화에 대한 그리고 이 영화를 만들어 간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나도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


카모메 식당 ( かもめ食堂 )

카모메 식당  ( かもめ食堂 )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카타기리 하이리/고바야시 사토미/타르자 마르쿠스/모타이 마사코/자코 니에미


스폰지하우스에서 일본인디영화제 리턴즈를 한댄다.
총 12편의 영화 중 꼭 봐야지 하고 찍어놓은 영화 4편 중 하나인 카모메 식당.
역시나 탁월한 선택이었다.
보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잔잔한 여운을 남겨 주었다.

갈매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
오픈주방의 대여섯개의 테이블이 있는 따스한 색감이 어우러진 식당 카모메.
핀란드에 정감있는 일본의 음식을 주고싶다는 소박하고 정겨움이 가득한 식당 카모메.
거의 두달째(?) 주인 사치에는 부지런히 테이블을 닦고 정리하고...
식당 앞 윈도우 앞에서 수다스러운 핀란드 아줌마 3명이서 들어오지는 못한채 바깥에서 기웃거리기만 한다.
그랬던 그곳이 하나 둘 사람이 채워지면서 일본음식이 아닌 시나몬 롤과 커피 하나로 그들과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이제는 사치에가 알리고 싶었던 일본의 소박한 음식이 가득채워진 테이블 위에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한다.

그냥 단순하게 풀어보자면 손님 하나 없던 일본식당이 빈 테이블 없이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식당으로 변모하게 되는 하나의 과정을 담은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도 아니요 눈을 부시게 만드는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이 영화에 선뜻 눈이 갔을까?
그냥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담아낸 화면이 너무나도 이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큰 변화없이 보내는 사람들.
하루하루가 어제같고 오늘같고 내일같은 그 일상속의 모습이 우리네가 사는 모습과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아서인것 같다.

기름에 튀기고 지글지글 볶고 둥글게도 말고...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장면만으로도 배를 고프게 만들고 눈으로 배부르게도 만든다.
음식 하나로 나와 타인 사이에 세워졌던 벽 하나가 허물어지고.
그 허물어진 벽이 타인과 함께 어우러지는 더 큰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곳에는 딱히 상처받은 사람도 없고 상처주는 사람도 없으며 큰 줄기를 끌고나가는 사람도 없다.
그냥 어쩌다 우연과 우연이 모여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필연과도 같은 연결고리들이 만들어진 카모메 식당.

우리네 일상을 엿보듯 그네들의 일상을 엿보고 싶다면...
지글거리는 음식소리에 눈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면...
오랜만에 독수리 오형제와 함께 귀를 즐겁게 하고 싶다면...
한 번쯤 봐도 유쾌할 영화이다.


뱀발.
트랜스포머처럼 눈은 즐거우나 스토리가 없음에 실망했다면...
스틸라이프처럼 스토리는 가득 찼으나 지루해서 보다가 졸았다면...
스토리가 있고 정겨움이 있는 곳 카모메 식당에서 즐거운 식사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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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감독 이창동
배우 전도연 / 송강호

가슴이 흠칫흠칫.
화도 난다.
안에서 끌어나오는 그 무언가가 쿡쿡 쑤셔온다.
비록 영화일지라도 말이 씨가 되듯이 그녀의 말이 창처럼 느껴진다.
그녀에게 내려진 볕은 보는 것처럼 따뜻했을까?
영화 본 후 느낌을 막연하게 나열해 본 것이다.
보고난 후 결코 해피하지는 않다.
많은 이들이 말한 것처럼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진 느낌이 들 뿐이다.
여전히 이창동스러운 영화 밀양.
그 구렁텅이의 깊이가 더 깊어진 듯 하여 더 우울해졌다.

어린 아이의 손을 잡고 찾아온 밀양.
자신의 비밀을 저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아무도 모르는 타인들만이 존재하는 낯선 곳 밀양에 찾아왔다.
가슴 속 깊이 묻어둔 곳은 그 누구에게도 내비치지 않는다.
단순히 지아비를 잃고 찾아온 지아비의 고향이라는 것 뿐.
그렇게 그녀는 자신을 치장하고 자신을 위로한다. 그것만이 살 길인 마냥 그녀는 스스로를 포장하고 산다.
그래서 첫번째로 슬펐다.
이렇게 겉치장하고 살 수 밖에 없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슬펐다.
그녀에게 찾아온 두 번째 슬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싶어 뛰어간 그곳 그리고 되돌아 올 수 밖에 없었던 그 길에서 그녀는 절망을 맛본 모습이었다. 그리고 기어를 걸어놓은 것을 잃어버린 채 핸들을 부술 것 마냥 잡아 흔드는 그녀의 모습은 불안의 그 끝에서 오는 것만 같았다. (이 장면에서 그 놈 목소리의 김남주의 모습이 생각나더라.)
모든 것들을 외면한 채 슬픔도 억누르고 자신의 온 감각을 아이의 목소리에만 부여잡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은 삶의 한 조각을 잃어버린 여인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두번째로 슬펐다.
그 어느 것도 그녀의 깊은 내면을 터뜨릴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나는 이제서야 마음이 든 것인데...
솔직히 그 마음이란 것도 위선인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남기 위한 위선.
큰 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그것 뿐이다. 내면의 어느 한 곳을 닫아두기 위한 울부짖음.
그렇게 그녀는 가슴 속에 또 하나를 담고서 덮고 온 세상이 아름다운 것 마냥 나를 또 다시 포장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아무리 위선으로 뭉쳐있다 해도 이를 틈 타 이제서야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는데.
내가 하지도 못한 것을 그가 했단다.
해도 내가 하는 것인데 그것만큼은 내가 하는 것인데 신이란 이름으로 그가 했단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덮어두었던 세계가 휘몰아쳐 오른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묵묵히 서있는 그. 종찬.
능글맞는 표정으로 장난스럽게 시작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진심어린 눈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어떠한 얼굴로 서있던 간에 그는 그녀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것도 없다.
바라는 마음에 시작한 것이지만 그녀에게 가까이 갈수록 그는 바라는 마음이 아닌 오로지 주는 마음 하나로 그녀의 곁에 있는 것이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올곧은 시선을 느낄 수 있어 따스함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교회이야기 안할 수가 없다. (전도라는 이름 하나로 쏟아진 말 한 마디에 아무리 영화속 이야기라 하더라도 너무나도 화가 났다. 참고로 교회하고는 거리가 멀다. ㅎ.ㅎ.)
그녀가 잠시 정체했던 곳이 교회이니 말이다.
여기저기 그녀가 교회를 찾은 것은 구원의 손길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라고 하지만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구원의 손길을 바라마지 않은 것도 없을 수는 없지만 그녀가 궁극적으로 바란 것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또 다른 구실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비록 힘에 겹더라도 살아야 하지 않는가.
그런 삶의 본능이 찾은 곳이 교회인 것 뿐이다.
그 본능 하나로 시작한 신자로서의 삶은 용서라는 이름 하나로 그녀는 내쳐버렸다.
그곳에서의 삶은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그렇게 쉽게 내칠 수 있었던 것이다.

고여있는 물에 내비친 볕처럼 그녀도 그녀 자신에게 내리쬐는 볕은 찾았을까?

먹먹한 아픔을 느끼기 보다는 끌어오르는 울분에 우울함의 구렁텅이에 빠뜨리게 한 밀양.
적절히 치고 빠져주는 종찬이라는 캐릭터가 있었기에 전도연의 말처럼 신애라는 또 하나의 캐릭터를 완성시킬 수 있었고 이 두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밀양이라는 영화가 만들어 진 것이 아닐까 싶다.




그냥 붙여두는 한 마디.
전도연이라는 배우가 밀양이라는 영화를 통해 상을 받은 것은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밀양시에서 추진한다는 것은 뭔가 싶다.
밀양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대로일 뿐 그리 아름다운 곳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일상이 숨쉬는 곳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너무 오버하는 행정이 아닌가 싶다. 쩝...





숏버스 (shortb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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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버스 (shortbus)
감독 존 카메론 미첼
출연 숙인 리 / 폴 도슨

외설이냐 예술이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가십기사가 많이 나온 영화 숏버스.
5월의 볼 영화는 마이 베스트 프랜드 이후로 밀양과 캐리비안의 해적만 남겨두었는데 스폰지하우스에서 시네휴 오케스트라라는 영화제를 기획하면서 숏버스도 개봉한다고 하더라. 잠깐 고민 좀 했다.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다 주말에 무작정 나가서 보게 된 영화

숏버스. 보길 잘 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시작 5~10여분의 강렬한 씬은 보는 이로 하여금 헉하고 놀라움을 가져다 준다. 여기저기 헉 하는 소리에 극장이 놀라움으로 들썩거렸으니 말이다. 여튼 첫 씬을 보고 이 영화를 단순히 어떠하다라는 말로 정의내리기엔 너무나도 성급하다. 누구나가 가지고 있을 감정을 에스/이/엑스라는 코드로 풀어갈 뿐이다.

커플문제 상담사라고는 하지만 성문제 상담사인 소피아.
타인의 문제를 듣고 해결방안을 내놓아주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어쩌면 거짓된 관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한구석에서 찾아드는 무언가가 발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허덕이는 제임스.
타인들의 부러움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게이커플이지만 무언가가 부족하다.
사랑이 충만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아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로 헤매이고 있다.
이 힘겨운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제이미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것이 바로 사랑하는 상대 제이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숏버스라는 작은 세상.
그 안에는 완전한 존재는 없다.
누구나가 불완전한 존재이며 외로움의 존재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안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해답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작은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서 그들은 빛을 본다.
제임스는 자신안의 또 다른 존재를 죽임으로써 자신을 찾아냈다.
그리고 소피아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살색의 색상들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지만 단순히 그 문제만이 아닌 더 깊은 무언가가 남겨진 영화였다.
영화가 끝난 후 눈물을 참느라 고생했다.
무어라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내면의 이야기들을 담아낸 영화 숏버스.
한 번쯤 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눈물이 주룩주룩 (淚そうそ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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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주룩주룩 (淚そうそう)
감독 도이 노부히로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 나가사와 마사미

개봉전 시사회를 통해서 미리 본 영화.
솔직히 시사회라는 것이 아니었으면 절대 가서 보지 않을 영화이다.
감성이 무뎌서 그런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흐름을 흐뜨러뜨리는 그 무언가가 너무나도 싫었던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같이 본 친구는 조제에서 참으로 멋있게 느껴졌던 츠마부키 사토시가 이리 나올 줄은 몰랐다고 하더라.
매체 광고에서는 일본판 가을동화라고 하는데 가을동화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드라마에서도 이렇게 흐름이 깨졌을까 싶기도 하다.
숭덩숭덩 잘려나간 느낌의 스토리 진행은 관객이 무언가를 받아 몰입도 하기전에 깨져버리고.
개인적으로 더 크게 깨뜨렸던 것은 나가사와 마사미의 목소리였다.
조금은 많이 오버된 듯한 깨지는 듯한 목소리는 감정에 깊숙히 빠져들게 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배우의 이름 하나만 이쁘게 보이려는 그것만으로 영화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개봉 후 2주간 1위를 했다던데.. 아무래도 그것은 배우의 유명세탓이 아닌가 싶다.
츠마부키 사토시 덕에 꼭 봐야겠다고 한다면 만류는 못하겠지만 감정이 녹아드는 멜로영화를 보기 위해 선택한다면 절대적으로 말리고 싶다.
(잘못하면 올해 최악의 영화가 될지도 모르겠다. 허허~ --;)

우아한 세계

우아한 세계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 박지영 /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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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다시 깡패역으로 돌아왔단다.
다시 돌아온 그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일까. 넘버 3 이후로 내가 알기로는 그의 영화속 캐릭터는 그냥저냥 살아가는 소시민적인 모습에 더 가까웠는데... 길 가다 우연히 볼 수 있는 아저씨, 경찰, 아버지의 모습이었는데... 넘버 3에서 보여줬던 검은 츄리닝의 모습을 다시 보게된단 말인가? 솔직히 아버지라는 캐릭터가 들어있지 않았다면 그냥 넘기다 비디오로나 보게 될 영화가 될 뻔 했던 영화 우아한 세계.
이 영화 속에 깡패보다는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감독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찍었는지는 몰라도 그냥 내가 바라본 모습은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이다 라는 것이다. 집 안에서는 기 한 번 제대로 펴기 어렵고 사춘기 딸의 눈치를 보랴 아내의 눈치를 보랴.. 아무도 없는 집 안에서 홀로 라면을 끓여 먹고 있는 모습은 어쩌면 현대의 아버지 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처연해 보였다.(솔직히 우리집에서는 절대 해당사항이 안되는 모습이다.. --;)

딸 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다 상처 받고...
떠나버린 아내와 자식을 만나러 주저없이 달려가고...
힘들게 생활하는 식구들의 모습이 보기 싫어 떠난 몸을 다시 돌려 보내고...
아내와 자식들을 저 멀리 타국에 보내고 비디오로나마 만나는 가족들의 모습에 웃음을 짓고...
제 풀에 화가 나서 던져버린 식기를 주섬주섬 다시 주워담는 그의 축 쳐진 모습은 참으로 아프게 느껴졌다.

하지만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연민만 느껴진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직업으로 인해 피해봤을 가족, 그리고 다수의 타인들...
이들의 모습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들고 있다.
타인을 짓밟아 일어서는 그의 모습.
큰소리 펑펑 치며 허풍떠는 그의 모습.
누구나 그러하듯 내가 살기 위해 남의 삶을 깨놓았던 그의 모습...
이런 모습들은 연민을 가져다준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쓰디쓴 현실의 모습이었다.

종일 내내 비틀어지고 또 비틀어지는 모습은 칸노 요코의 음악으로 그 맛을 더 해주고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음악가가 누군지는 몰랐다. 상영이 시작되고 어랏? 하는 생각과 함께 음악 칸노 요코라는 자막을 보고 와우~ 하고 탄성을 지어버렸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었던 깡패 이자 한 가정의 아버지인 강인구의 모습을 음악을 통해 유쾌하게 풍자하고 있다. 너무 크나큰 소리때문에 잠시 눈을 찌뿌리게도 만들었지만 그녀의 음악은 정말로 시원스럽게 유쾌했다.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음악이 멋들어지게 어울렸던 우아한 세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블랙북 (Zwartboek / Black Book)

블랙북 (Zwartboek / Black Book)
감독 폴 버호벤
출연 캐리스 밴 허슨 / 세바스티안 코치 / 돔 호프먼 / 할리나 레인 / 크리스찬 버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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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이 영화 솔직히 그닥 끌리지는 않았다.
우선 감독의 이름을 믿을 수 없었고 제 2의 샤론 스톤이라니 하면서 간독의 전작에 기대는 듯한 느낌의 여배우에 대한 카피가 더 마이너스를 작용하였다.
그럼에도 보게 된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첩보물이라는데.. 한 번 눈 감고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영화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그닥.. 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너무나도 건조하고 끊기는 듯한 이야기 진행은 보는 관객이 주인공의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십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모든 인간은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초적인 모토 아래 이 이야기는 진행된다.(실화니 더 하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머.. 하고 머뭇댈 수는 있으나 그 외에는.. 글쎄다.

예고편에서 눈을 쏙 빼놓았던 장면 자전거 뒷자석에 앉아 타고 가는 장면은 오잉?할 정도만큼 짧은 시간에 그냥 눈요기꺼리를 위해서 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기나긴 삶의 여정 속에서 되짚어볼만한 이야기꺼리들을 하나씩 집어낸다는 것도 어렵긴 하지만 이야기의 연결이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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