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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4 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2. 2007.06.01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THE RELUCTANT TUSCAN: How I Discovered My Inner Italian)
  3. 2007.05.16 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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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私的生活)
다나베 세이코(田邊聖子) 저 / 김경인 역

조제 이후 만나는 그녀.
조제에서 느꼈던 그 감정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녀의 두번째 책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했다.
담담하게 써내려진 노리코의 이야기는 그냥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담아내고 있다.
그래서 다 읽고 난 뒤의 개운함 보다는 짭짜름한 소금내가 물씬 풍기는 듯도 하다.
어떠하다 라는 단정적인 말투로 맺음을 하기에도 무언가 복잡한 심정이 되어버린다.
76년에 쓰여진 소설이라고는 하는데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나도 세련된 표현들이 과거에 그것도 70년대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멋스러웠다.
이 소설로 인해 다나베 세이코라는 작가가 더 마음에 들어버렸다는...

노리코.
그녀에게 있어 결혼생활은 행복이라는 단어와는 멀다.
그를 사랑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와의 삶은 행복이라는 단어보다 사치라고 부른다.
그와의 삶 안에서 나의 삶은 철저히 격리가 되어 있다.
친구들은 이 집의 전화번호도 모르고 주소도 모른다.
그의 모임에는 나가지만 나의 모임에는 나가지 않은지 오래다.
그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안에서의 나를 보여주기 싫은 것이라서 그런가?
가끔은 숨이 막힐 때도 있다. 하지만 그의 삶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를 사랑하기에 그의 삶에 적당히 맞춰줄 수 있는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없어서인가?
나이가 든 중후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중년에게서 끌림이 느껴진다.
나카스키씨와의 만남은 고 안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끼고 점점 나의 삶을 찾아야 하는 열망이 느껴진다.

단순히 한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나 이야기 하는 책은 아니다.
한 여자가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감정적인 변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고와 노리코.
그들의 삶 속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고는 과연 노리코를 사랑한 것인가?
노리코는 과연 고를 사랑한 것인가?
철저히(?) 사랑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랑은 보여지지 않았다.
그냥 자기 위안이 있을 뿐이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삶을 추구하는 그들의 삶 속에는 본인의 모습은 없다.
사랑하기에 아니 사랑하는 아내이기에 자신에게 비밀이 있어서도 안되며 아내의 삶 전부가 나의 삶이며 내 안에 속해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철저히 자기 안에 그녀를 속박시켰다.
감시하고 가두고 하는 그런 것만이 속박이 아니다. 감정적으로 그는 그녀를 속박한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그녀가 가졌던 과거의 시간까지도 속박하려 한 것이다.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가 그녀에게 보여준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이기적이다.
(이기적인 것도 사랑이라고 한다면 머라 할 말은 없다만.)
그렇다면 그녀는 그를 사랑해서 그의 삶 안에 속박당한 것일까?
책속에 나오는 문구 중에 사랑에는 연극도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개인적으로 100% 공감한다.
하지만 그녀는 과연 고를 사랑해서 연극을 했던 것일까?
행복이라는 것보다 사치라는 것을 좇아온 그와의 결혼생활 속에서 그녀는 아마도 그와의 익숙해져버린 사람을 버릴 자신이 없었기에 연극을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 아주 없다고는 말은 못하겠지만 그녀는 나름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도망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고 그가 그녀의 일기장을 보았다는 행위를 통해서 그 공간이 침범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그와의 익숙해져 버린 사치라는 것을 과감히 벗어던져 버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오로지 내 것이라는 것에 집착을 보였던 고와 거짓연기로 충만했던 노리코 사이에는 더 이상의 사랑은 없다. 타인의 삶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으로 끌어안은 것을 사랑이라 보여준 고의 모습은 자기 만족일 뿐이며 그가 이해하지 못하니깐 내가 이해해줘야해 라면서 안으로 삼키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여준 거짓연기로 가득찾 노리코의 모습 역시 자기 만족일 뿐인 것이다. 자기 만족에서 나오는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쓰다보니 이것저것 늘어놓은 것 같은데 그만큼 이것저것 많은 생각의 실타레를 풀어놓기 때문이다. 이것인가 싶으면 저것이 떠오르고 저것으로 끌고나가면 그것이 나오고...
작가가 3연작 시리즈로 내놓은 것 같은데... 전과 후의 이야기가 빨리 책으로 나와 만나봤으면 좋겠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많은 생각의 실타레를 풀어준 아주 사적인 시간.
한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p.293
"연극할 마음이 필요한가요, 연애하는 데?"
"필요하죠!"
"부부사이에도?"
"사람에 따라서는 필요할 겁니다. 연극으로 서로에게 맞춰줄 필요도 있겠죠."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THE RELUCTANT TUSCAN: How I Discovered My Inner Italian)

토스카나, 달콤한 내 인생(THE RELUCTANT TUSCAN: How I Discovered My Inner Italian)
필 도란 저 / 노진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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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를 보면서 제목을 짓는 우리나라의 센스란 참으로 좋다고 해야할까?
여튼.. 이 책은 작가의 토스카나 정착기 정도가 되겠다.

더 이상의 히트작은 없다.
기나긴 시간을 방송작가로서 몸바쳐 일해 왔건만 지금 필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 무기력함이 짜증을 불러오고 급기야는 아내가 몰래 이탈리아의 집을 마련했다.
이곳을 버리고 함께 이탈리아에서 살아가자는 아내의 말.
내 평생을 살아온 곳인데 이렇게 쉽게 버리고 갈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삼아 찾은 이탈리아 토스카나.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롭다.
도시생활에서 제대로 벗어난 기억조차도 없는데 살금살금 흘러가는 시간이 이곳도 흐르는구나 라고 알 수 있지 너무나도 여유롭다.
그 여유로움에 숨이 막힌다.
헤어짐도 생각해 봤지만 쉽지는 않다.
아내와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쉽지만은 않다. 모든 것이 열려있는 것처럼 보여지지만 조금씩은 낯선 타인에게 감춰진 모습이 화가 난다. 아마도 아직 내가 여기 생활에 젖어들지 못해 그들에게 동화되지 않아 느껴지는 것들이 아닌가?
조금씩 조금씩 그들과 함께 살아 숨쉬며.
그들과 함께 그들처럼 식사를 하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가랑비에 옷이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그렇게 물이 들어간다.
지금 이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느린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한낮의 잠을 즐기며 함께 기뻐하고 나누면서 느껴지는 것은 가면이 벗겨진 진실한 마음이 그대로 우러나오는 것들이 아닌가 싶다.

나 역시 작가처럼 도시생활을 벗어나 살아본 적은 없다.
나름 여유를 갖고 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진정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는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에 쫓기고 무언가를 한다하는 행위를 해야만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것들...
나한테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겠어요? 라고 묻는 다면 힘들지 않을까 하고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세상을 향한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작가 필 도란 처럼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곳에서 함께 살아 숨쉬고 싶다.


p.361
내 생체 시계에도 변화가 일어나 이탈리아에서는 훨씬 천천히 흘러간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이 순간을 즐겁게 보내느라 바쁜데 나 혼자 급하게 살 필요가 뭐가 있는가.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훨씬 덜 급해졌고, 나는 좀더 평온해졌다.


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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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정글 (Lipstick Jungle)

캔디스 부쉬넬 저 / 서남희 역

성공의 가도를 달리고 있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담겨진 립스틱 정글.
적절하게 어우러진 세 사람의 이야기와 적절하게 끊어버리고 들어가는 이야기 진행은 책을 보는데 있어 페이지를 가볍게 넘겨주는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두 권의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고 조금은 시원하게 해준 그런 느낌도 들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읽는 듯한 느낌 그래서 가볍게 읽어갈 수 있었다.

남성 위주의 커다란 사회 속에서 그녀들은 성공을 꿈꾼다.
치열한 경쟁속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이겨내고 내일도 이겨낸다.
특히나 남성위주의 권위적인 사회속에서 그녀들은 배운만큼 그대로 앞으로 전진해 나간다.
여성이라는 캐릭터이기 보다는 사회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전사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이다.
앞으로 위로 올라가기 위해 행해지는 권모술수는 남성 못지 않고 독립된 자아로서 성공하고자 하려는 그녀들의 의지 역시 남성 못지 않았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적 구별을 요하는 것이 아닌 동등한 전사자의 입장으로 봐달라는 듯이 그녀들은 전진하고 또 전진한다.

사랑이란 것은 꿈도 꾸지 못한 채 미혼으로 살아가는 의류 디자이너 빅토리 포드.
한창 일에 매진하고 있는 그녀에게 찾아온 한 남자.
그 남자는 가진것도 많다.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무한하다.
그는 가진 자는 남성만이 존재하며 여성은 남성에게 기대어 살면된다는 듯이 말하지만 그녀의 무한한(?) 도전을 옆에서 지켜봐준다.

밖으로는 잘 해내지 못하고 가사로 매진하게 된 일명 백수 남편을 안고 사는 영화제작자 웬디 힐리.
오늘도 고달프다. 돈 벌어오랴. 남편 비유 맞춰주랴.
그런 그녀에게 날아온 이혼통지서는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사회에서도 잘 나가고 있으니 가정에서도 잘 나가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사라지고 나니 가정에서의 내 존재는 없더라.

젊은 모델과 짜릿한 비밀을 안고 사는 편집장 니코 오닐리.
남편을 사랑하지 않냐고? 좋아는 하지만 사랑은 아니다. 짜릿한 쾌감 따위는 없어진지 오래다.
여자로서 맛볼 수 있는 그 쾌감을 젊은 모델에게 느낀다.

그녀들은 정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밟히지 않으려면 밟아야 하고 위로 올라가려면 가볍게 내리 누르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정글 속에서 살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정글 속에서 남녀라는 이분법적인 성은 존재 할 수 없다.
그래서 뭇남자들이 범하는 오류를 그녀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오류를 범한다.
그래서 보는 내내 안타깝고 화가 나기도 했다.
남녀평등의 입장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남자가 범하는 오류를 같은 방법으로 취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묘사하면서 아마도 작가는 아직까지는 여성의 성공에 대해서 사회는 회의적이다라고 이야길 하고 싶었나 보다.
가볍게 시작하다 쓰디 쓴 사탕을 입에 머물다 간 것처럼 뒷여운의 씁쓸함은 감출 수가 없었다.


사담.
오랜만에 올리는 책리뷰 포스트.
밀린 것들 다 쓰진 못해도 하나씩 차근 차근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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