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 a Book'에 해당되는 글 43건

  1. 2011.06.10 음주사유 (박기원 지음, 김은하 그림) 중...
  2. 2011.02.24 허수아비춤(조정래 저) 에서...
  3. 2009.06.22 도키오 (時生)
  4. 2009.05.14 최근에 만난 3권의 책. 1
  5. 2009.04.01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2
  6. 2009.03.24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7. 2009.03.24 해협의 빛 (海峽の光)
  8. 2009.03.23 외출
  9. 2009.03.23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10. 2009.03.20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음주사유 (박기원 지음, 김은하 그림) 중...



- p.233 -

나이를 먹게 되면서부터 죽음을 슬퍼하는 이유가 부재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란 걸 알게 되었다.
죽음 자체보다 죽음을 둘러싼 의미들을 한시적으로나마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멸, 그 자체보다 비통하고 애절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애정은 죽음에 대한 순수한 슬픔과 두려움, 그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던가?
시인 진이정의 유고에 시인 유하가 발문을 부쳤다.
살아남은 자의 몫은 죽은 자의 자취가 남긴 밭의 추억 나무를 키워가는 것이라고.
마침내 그 추억하는 자조차 사라져갈 때, 분주한 추억 나무의 생장은 잠시 숨을 고른다고 말이다.
그렇다.
이내 곧 또 다른 살아남은 자가 그를 추억하는 순간, 다시 그 나무는 그 밭에서 생장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허수아비춤(조정래 저) 에서...




p.365

누구든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질 수밖에 없다. 그 무게를 결정짓는 것도 오로지 자기 자신이다. 요령껏 가볍게 질 수도 있고, 우직하게 무겁게 질 수도 있다. 그 선택 또한 오로지 자기 자신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무거운 인생의 무게도 못 견딜 무게는 없다. 그것이 스스로 선택해서 오는 무게라면 더욱 그렇다. 다만 그 무게에 익숙해지고, 이겨 내는 과정에서 닥치는 고통과 괴로움이 외로울 뿐이다. 그 외로움은 혼자 견디어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쓰라린 인내는 육체와 영혼을 동시에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 고달프지 않은 인생이 없듯이, 외롭지 않은 인생도 있다.

도키오 (時生)


도키오 (時生)
히가시노 게이고 저/오근영 역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다 더 한 부모님께 바치는 내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 있을까?
솔직한 말로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내 생을 다 했을 때 남겨진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준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단순히 아들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이며 표류하는 아버지의 젊은시절을 찾아간 이야기는 아니다.
한 생애.
삶.
삶, 그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지를 아들 도키오의 이야기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한 단어로 축약시켜 정의하기도 어렵다.
단지... 지금 내 삶의 표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해봤는데 왜 사람들이 이 작가에게 열광하는 지 단편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p. 398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짧은 인생이라도 설사 순간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다면 미래는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 분명히 말해두죠.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요. 그것은 마음속에 있어요.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p.470
계속 열심히 살아주세요. 분명히 훌륭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최근에 만난 3권의 책.

읽.다.

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저 / 오근영 역

책 겉표지에 붙어있는 스티커처럼 이 책은 5월 교보문고 북리펀드 행사 책이다. 북리펀드용 책으로 무엇을 읽을까 고민하다(실은 데이브디 캘러한의 치팅 컬쳐가 엄청 읽고 싶었으니 6월 10일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겨 소설책으로 눈을 돌리다 발견!) 고른 책.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재밌다.
아들이 아버지의 젊은시절로 찾아와 만나는 이야기인데... 정말 재밌다. 왜 사람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열광하는지 알겠더라.




받.다.

20인의 런던
시주희 저


어어언 오래전(?) 모여행사에서 20인 시리즈인 런던, 도쿄, 호주 중 택일하여 자신이 꿈꾸는 여행 플랜을 짜보는 이벤트에서 당첨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는데 잊어버리고 있다가 어느 날 오후 방문 앞에 놓여진 소포 하나. 다름 아닌 이 책이었다. 인터뷰 형식의 여행에세이(?)이다 보니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뭔가 다른 이야기가 담겨져 있겠지 하고 고이고이 꽂아두었다. 이로써 런던의 이야기가 담겨진 에세이집이 2권. 올해 안에 읽을까나~?




사.다.

1984년
조지 오웰 저 / 박경서 역 (열린책들)

개인적으로 조지 오웰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동물농장이다. 제목처럼 단순하게 볼 수 있는 책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듬뿍 담긴 동물농장. 고교 때 읽은 기억이 나는 동물 농장. 그 뒤로 조지 오웰의 작품은 동물 농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어쩌다 찾게 된 1984년. 요즘 시대에 읽어볼 만 하다는 말을 들어서 선택하게 되었는데 어느 출판사를 고를까 하다 나름 좋아라하는 열린책들을 선택하여 구매하게 되었다. 표지도 제법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조만간 꽁꽁 얼어버린 내 집도 좀 녹일 겸 도키오 감상글을 올려주고...
이제 도키오도 다 읽었으니 마지막 챕터만 남겨둔 채 몇 일을 까먹고 있는 책 2권도 마저 읽어주고...
그럼 이제 무슨 책을 읽을까.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책을 시작했으니 보관되어 있는 그의 책을 찾을까?
아니면 이번에 구매한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찾을까?
아니면 소설이 아닌 비소설 중에서 골라 볼까?
아직까지 고민중이다.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
김동영 저 (출판사 달)


여행이란 것은 현재의 내 삶의 탈출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일상의 연속이기도 하다.
여행이란 것은 또 다른 자아를 찾는 길이기도 하지만 나를 더 깊이 알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아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지 않을까 싶다.

방송국의 음악작가로 일하다 잘린 뒤 호기롭게 떠난 230여일간의 미국여행을 담은 책이다.
단순히 이곳은 어떻고 저곳은 어떻고 떠난 여행지를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을 이야기하고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보고 내가 미처 생각치 못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지며 그냥 가볍게 넘겼던 것들을 다시 되돌아 보고 잊혀진 것들에 대해 다시 회상해 보는... 어쩌면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일기를 잘 포장해 놓은 책이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작가에게 딱 하나 부러운 점은 뭐 어때 하고 가볍게 넘기며 기나긴 여행을 훌쩍 떠날 수 있는 것.
그 용기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보고 담아두고 하는 행위보다는 여행하는 길 자체를 흘러가듯 담아낸 면이 좋았다.
너무나도 개인적인 일기를 엿보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뭐.. 남의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그 느낌의 재미를 맛보는 것도 좋지 않나 싶다.


p. 66
사람이 살아가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이 아닌 것 같아. 옆으로 넓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마치 바다처럼. 넌 지금 이 여행을 통해서 옆으로 넓어지고 있는 거야. 많은 경험을 하고, 새로운 것을 보고, 그리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니까. 너무 걱정 마.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너보다 높아졌다면, 넌 그들보다 더 넓어지고 있으니까.

p. 82
길은 언제나 우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고 떠나는 건 우리의 진심이야.
돈, 시간 그리고 미래 따위를 생각하면 우린 아무데도 갈 수가 없으니.
네 얼굴을 닮은 꿈과 네 마음을 닮은 진심을 놓치지 않기를...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이 되려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 저마다 인생에서 무언가를 꼭 찾아내길 바란다.

p. 131
어쩌면 사랑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취향에 대해서만큼은 좀더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지는 것.

p. 199
그래, '오래된 사람'. 나도, 이 여행을 끝내고 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오랜만에 봐도 어제 보고 또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

여전한 사람.
한결같은 사람.
그렇게 당신에게 힘이 되는 사람.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nlogy)
폴 오스터 저 / 황보석 역


이 책은 장장 2개월이란 시간을 걸쳐서 완독하였다.
내 독서습관은 밖에서 읽는 책 따로. 집에서 읽는 책 따로. 그냥그냥 쉬엄쉬엄 읽는 책 따로.
그러니 책 한권에 몰두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각각의 책을 가지고 각각의 장소에서 읽는다. 어떻게 보면 책을 읽는데 있어서 흐름을 깨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장소에 구애를 받는 나의 책읽기 습관은 오히려 이런 편이 훨씬 나았다. 그래서 뉴욕 3부작은 그렇게 읽혔다. 더군다나 급하게 나가느라 책을 가지고 가지 않았던 날에는 서점에 들려서 책을 구입하고 읽으니.. 그렇게 읽었던 책은 바로 나의 프로방스. 뉴욕 3부작을 읽으면서 이 책이 인터셉트를 하는 바람에 당연 늦어진 것이다.

폴 오스터.
전부터 그의 책을 한 번쯤 읽어보자 생각만 해왔지 그 두꺼운 하드커버에 그리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러다 한 친구가 폴 오스터의 소설 다리위의 룰루라는 책을 읽은 뒤로 그의 광팬이 되었다고 하던데... 과연 그의 소설의 어떤 면이 그 친구의 마음을 앗아갔나 싶은 생각에 덜컥 구매하고 읽게된 책이 바로 뉴욕 3부작이다. 전부터 폴 오스터의 소설은 이것으로 시작하리라 마음을 먹은 터라 그의 소설의 시작이 되었던 것이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총 3개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으며 이야기가 각각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나 소품을 통해 이들의 이야기는 연결이 되어 있었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독특한 구성방식이 나의 시선을 뺐겼으며 이들 세 이야기 중 첫 챕터인 유리의 도시는 단숨에 읽어갈 수 있었다.
소설가가 또 다른 이야기로 이 소설을 구성하는 방식이(음..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여지껏 내가 읽어왔던 소설(그리 많지도 않음.)의 스토리 구성방식이 크게 차이가 났고 조금은 머리를 아프게 만들 듯 하면서 집중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첫번째 이야기. 유리의 도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소설가 퀸.
그에게 잘못 걸린 전화가 걸려오고 계속해서 걸려온 그 전화에 그가 걸려들었다.
그는 그 전화로 인해 소설가 퀸이 아닌 탐정 폴 오스터로 분하여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나온 노인을 감시하게 된다.
그리고 그 노인을 감시하기 시작하면서 그는 본연의 자신의 캐릭터를 저 멀리 날려버리고 새론운 캐릭터만이 남아 자신이 여태까지 살아온 시간들을 보내버린채 새로운 나로 살아가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 유령들.
화이트의 의뢰로 시작한 블랙을 감시하게 되는 블루.
그는 작은 공간안에서 블랙을 바라보고 블랙을 통해 세상과 마주한다. 다시 말하면 블루에게 있어서 살아가는 공간은 블랙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아파트의 공간이고. 그의 감시역으로 인해 이 곳을 나갈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블랙이 외출할 시에만 가능했다. 그래서 그는 블랙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곳에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 잠겨 있는 방.
어릴 적의 친구 팬쇼. 그의 부인으로 부터 날라온 편지 한 장.
그 편지로 인해 그는 또 다른 팬쇼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다.
그의 부인이었던 소피와 결혼을 시작으로 그는 또 다른 팬쇼로 분하여 그의 빈자리를 메꾸게 된다.
그러다 팬쇼의 편지를 받고 이래저래 압박을 가하는 주변의 상황들로 인해 그는 팬쇼의 전기를 쓰기 시작함으로서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내가 느끼고 알게 된 것이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은 쓴다는 행위를 통해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으며 빨간 노트(유령들에서는 빨간 노트라는 구체적인 명칭이 나오지 않은 걸로 알고 있음)라는 소품을 통해 연결이 되어있다.
이 책에서는 내가 나가 아니다.
본연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인 것이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것들과 단절하거나 부정한 채 또 다른 나로 분하여 살아가게 되는...
그것에 대한 뒤 늦은 깨달음.
나 스스로가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계속 부정을 하던 안하던 간에 나는 살아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내 스스로가 느낀 이야기의 결말이 확실한지는 모르지만... 정말 모르겠다.
이 소설에서는 모두 본연의 나가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나를 통해 살아가고 살아진다.
마지막 잠겨 있는 방에서 팬쇼의 전기를 쓰다가 그리고 그를 맞딱드리면서 알게된 것들이 나를 깊게 가라앉게 만들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새로운 나로 귀착이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앞페이지를 다시 훑어보게 되는 행위가 자주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몰입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의 소설을 몇 권 더 구입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신탁의 밤.
뉴욕 3부작은 책의 겉표지처럼 빨간 노트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어준다면 신탁의 밤은 파란 노트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어 진행되는 공통점이 있으며 이 두 책 모두에 나오는 또 다른 소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작가는 이 작품이 꽤나 마음에 들었거나 이 작가가 꽤나 마음에 들었거나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삶이라는 것에 무언가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월든이란 작품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그 책이 숲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삶을 이야기 한다는 것과 뉴욕 3부작에서는 또 다른 나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남겨져 있으니...

머 여튼간...
말도 안되는 듯한 이 글을 남기면서도 머리가 아파왔고...
책을 읽으면서도 머리가 아팠지만 그의 소설의 매력에 빠진 것만은 확실하다.

p.98
퀸은 이리저리 배회하는 일에 길이 들어 있었고, 시내를 두루 돌아다닌 덕에 내면 세계와 외면 세계의 관계를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 또 정처 없는 이동을 일종의 반전 기법으로 이용해서 상황이 아주 좋은 날에는 바깥 세상을 안으로 불러들여 내면의 지배력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외부 세계에 휩쓸려 들어 바깥 세상에 몰두함으로써 발작적으로 엄습하는 절망감을 어느 정도는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배회는 마음을 비우는 행위였다.

p.298
내가 하기로 되어 있는 일을 나 자신에게 떠올려 주기 위해서. 내가 어느 때건 고개를 들기만 하면 당신이 거기에 있었지. 언제나 보이는 곳에서 눈길을 내게 고정시킨 채 나를 지켜보고 미행하고 하면서. 당신은 나한텐 이 세상이나 다름없었어, 블루. 그리고 나는 당신을 내 죽음으로 바꿔 놓았고. 당신은 변치 않는 유일한 존재, 모든 것을 뒤바꿔 놓는 유일한 존재지.

p.421
나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벽장 속에 있는 작은 상자로도 잘 지내 왔고 그 상자에 애착까지 느끼고 있네. 친구, 화를 내지는 말게. 나같은 늙은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인생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사람이 바뀌기엔 때가 너무 늦고 말거든.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4.08.22 -

해협의 빛 (海峽の光)


해협의 빛 (海峽の光)
츠지 히토나리 저 / 양억관 역

정말 보고싶었던 책 해협의 빛.
고려원에서 출판하고 출판사가 도산하여 헌책방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책이 인터넷서점에 입고되었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구입한 책이 바로 해협의 빛이다.

이 책을 그리도 원했던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블루편을 읽고 그의 글에 반해버려서 그가 쓴 책은 모두 구입해서 읽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책 해협의 빛만 찾아볼 수 없었던 책이기에...
그리고 그가 수상한 이력을 만들어주었던 책이기에 너무나도 궁금했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이기에 그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겨주었는지...

우선 여지껏 보았던 소설하고는 많이 틀리다.
그래봐야 달랑 5권밖에는 되지 않지만..

이 소설에는 사랑이 없다.
단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이 안에서 숨쉬고 있을 뿐이다.

커다란 담장 안에 갇혀진 자 하나이...
그리고 커다란 담장안과 밖을 오갈 수 있는 자 사이토...
하나이는 커다란 담장 안이라는 공간 속에 갇혀있지만 사이토는 공간적 세계를 넘어서 나라는 그리고 하나이가 어린 시절에 만들어주었던 세계 안에 갇혀 버린 자이다.

어린 시절 나를 이지메를 시키게끔 만들면서 학급이라는 무리내에서 왕으로 군림했던 하나이는 어른이 되어서 내(사이토)가 감시하는 세계인 곳에 들어왔다.
나는 하나이가 그 얼굴의 가면을 언제 벗을까 전전긍긍하며 그를 감시한다는 명목아래 지배자 계급에 놓인 것에 대한 안도감과 어린시절 왕으로 지배계급이었던 하나이가 만들어 놓았던 내 유년시절의 거대한 트라우마에 다시 한 번 빠져든다.
사이토의 공간안에 들어온 하나이로 인해 그를 감시하면서 그는 인간의 본질.
그리고 그 인간들이 살아숨쉬는 공간에 대한 고뇌를 한다.

하나이..
그는 사이토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들어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는 사이토를 그의 인생에 있어서 영원한 약자로 만들어 자신만이 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그러한 힘을 보여준다.

하나이와 사이토...
그 둘의 아니 사이토가 바라보는 시각에서의 둘의 관계는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차있고 그로 인해 사이토는 하나이와 같이 담장안의 세계에서 갇혀 지내는 것이다.

아주아주 솔직히.. 어렵다.
내용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적 고뇌가 살아숨쉬는 듯 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긴장감이 살아났던 것이다.
내가 사이토가 되어 하나이를 바라보고 감시하며 안에 있는 나와 밖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내 안의 세계와 내 밖의 세계를 바라보고...
여튼간에 보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리뷰를 꼭 써야지 하면서도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너한테 쉬운 책이 어딨어! 하면 할 말은 없지만.. --;)
여튼.. 근래에 본 책 중에 상당히 난해하면서도 멋진 글이었다.
그 글 이후로 남겨졌던(?) 책 대부분이 연애사와 관련된 책이라 질량감으로 보면 그의 글쓰기는 점점 가벼워진 느낌이다.
요즘 추세가 그래서인가?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작가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았다.

p.89
우리야 잠시 머물다 나오면 되지만 대장들은 참 힘들겠어요. 평생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p.121
나의 일상 생활을 배신하고 점점 나를 파괴하며 세포분열을 계속하는 이 현실 세계와, 시간이 멈춘 채 변하지 않는 그런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두 세계를 교묘하게 갈라놓고 그 두 세계를 오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현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닌가.

p.162
세계란 어차피 둥근 구체 속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깨닫는 순간 나는 우주의 끝, 존재의 끝, 차원의 끝, 시간의 끝이 내 손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곳을 떠난 하나이도 죽은 아버지도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지구의를 돌리다 갑자기 양손으로 정지시키고, 둥근 별 모양을 상상해보고는 그것이 모든 것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즉 우주란 이 사주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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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외출
김형경 저

가슴 속 깊이 나오는 한 숨과 가끔씩 턱턱 막혀오는 답답함에 조금은 우울함에 빠지게 만들었던 소설.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영화 외출보다는 소설 외출이 가슴을 더 먹먹하고 주인공들의 울부짖음이 온 몸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다.
그들이 만난 곳은 응급실 앞 대기실.
한 남편의 아내로서 한 아내의 남편으로서 각각의 타인으로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이 알지 못했던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선으로 만났지만 처음 느껴보는 설레임.
시간이 갈수록 그를 향한 서영의 사랑은 커져 가기만 했다.
나날이 커지는 사랑에서 알아버린 그의 배신.
타인의 수근거림을 통해 낯뜨거운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릴 정도로 부품이 고장난 기계마냥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노랑색의 활기를 가지고 있는 그녀.
그녀로 인해 자신의 생에 활기를 더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출장인 줄로만 알았던 그녀의 지방행이 휴가였다니.
조용히 그녀의 침상 앞에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니"하고 조용히 말을 하는 그에게서 그 무엇도 더할 수 없는 암울한 그림자가 있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인연을 통해서 만난 인수와 서영.
"냉장고에 물 있습니다"
가볍게 흘려버릴 수 있는 메세지에서 그는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배려를 느꼈고.
장난스럽게 시작한 복수가 커다란 짐이 되고 마음의 한 부분을 자리 잡았다.

개인적으로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무척 좋아한다.
단편소설은 잘 읽혀지지 않는지라 머라 할 수 없지만...
전작인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를 시작으로 그녀의 팬이 되버리고 말았다.
영화 외출로 먼저 알아버린 이 이야기를 김형경이라는 작가가 아니었으면 사보지도 않았을 책이었다.
그녀의 소설 답게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섬세하게 묘사되었으며.
영화 속에서 가질 수 없었던 절절한 감정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p.26
단 하나의 버튼을 눌렀을 뿐인데 모든 것이 무너져내렸다. 5년간의 결혼 생활만이 아니었다. 인간에 대한 신뢰, 사랑에 대한 확신, 생에 대한 비전이 함께 무너지고 있었다. 동시에 온 세상이 정전되었다. 암흑 속에서 서영은 온몸이 굳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오래도록. 가만히 앉아 있었다.

p.55
낮에 중환자실로 수진을 면회 갔을 때 인수는 얼굴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광대뼈며 입가의 근육이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면서 얼굴에 분노와 울분의 표정을 만들어냈다. 거울을 보았다면 아마도 낯선 괴물을 만났다고 여겼을 것이다.
"너, 차라리 죽어버리지 그랬니?"

p.101
요즈음 서영은 그동안 자신이 사랑을 해본 적이 없음을 알았다. 연인 역할, 아내 역할은 해보았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사랑은 아니었다. 가슴에 선혈이 맺히도록 뜨거워지다가 석류처럼 갈라지고 마는, 태양이 빛나고 파도가 해변을 쓰는 것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지는, 그런 감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경험하는 중이었다. 박하 잎을 입에 문 듯 온몸이 화사하고, 구름다리를 걷고 있는 듯 속이 울렁거렸다.

p.213
시간은 바위도 모래로 만들고 뽕나무밭도 푸른 바다로 변화시킨다. 시간이 지나면 경호의 죽음도 그저 한 줌의 흙이나 나무 같은 것이 될 것이다. 하물며 잠깐 꾸었던 꿈같은 것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바위 같은 약속도, 그것이 없으면 못살 것 같던 꿈도, 아무도 넘볼 수 없이 튼튼한 육체도 한낱 검불에 불과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시간의 등에 올라타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09.28 -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온다리쿠 저 / 권남희 역


걷는다.
오로지 걷기만 할 뿐 크나큰 사건이라 칭할 만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지만 내 안에 숨겨두었던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나고 걷는 행위 끝에는 새로운 날을 위한 내가 존재할 뿐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없다.
그냥.. 내가 보는 것들 그리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크나큰 감정의 동요없이 잔잔하게 웃으면서 읽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년 여름 끝에 치뤄지는 보행제.
올해는 3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시절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행제가 된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짐하고...
이번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다짐한다.
고교시절 마지막 행사인만큼 마음이 맞고 존경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걷는다는 것 만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일이 없다.
니시와키 도오루는 친구 도다 시노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다 다카코는 친구 유사 미와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만족스러운 고등학교 마지막 보행제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끈끈함이 더 진해짐과 동시에 저 멀리 친구 안나의 주문으로 찾아온 그녀의 동생 준야의 등장으로 마음속에 가둬두었던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들의 화해가 이루어 진 것이다.
작년 보행제때 3학년 선배가 울면서도 아파하면서도 차를 안타고 끝까지 완주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 사카키 안나가 걷는 것 뿐인 이 보행제가 왜 이리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또 다른 끝의 그 경계선 아래에서 보고 배운다.
단지 걷는다는 것뿐인 보행제 안에서 배운다.
지금이라는 현재의 내가 나에게 주는 지금의 소중함과 나의 또 다른 나의 시작과.
친구와 친구 사이의 경계선의 끝을 배운다.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게 이끌어가는 그네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p.155
홀로서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잘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분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p.358
보행제가 끝난다.
마라톤 수업도, 커플 머리띠도, 굳은살투성이의 다리도, 바다의 일몰도, 캔커피로 하는 건배도, 쑥떡도, 리카의 연기도, 치아키의 짝사랑도, 누군가의 사촌동생도, 헤어져버린 미와코도, 시노부의 오해도, 도오루의 시선도 그 모든 것이 다 과거의 일.
뭔가가 끝난다. 모두 끝난다.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여러 가지 장면들이 잔뜩 돌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타카코는 중얼거린다.
뭔가의 끝은 뭔가의 시작이다.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0.07 -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요시다 슈이치 저 / 김난주 역

7월24일 거리.
포루투갈 리스본에 가본 적이 없다.
한번도 가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주인공이 동경해 마지 않는 곳 포루투갈 리스본.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날짜 상의 7월 24일과 거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거리의 이름이 7월 24일 이더라.

머리를 하러 나간 길에 들고 나간 책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었다.
이동중에... 약속시간을 기다리면서 책 한 권을 다 읽어 나갔다.
새삼.. 아.. 요시다 슈이치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여자보다 더 섬세한 감성으로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서술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과의 대화, 행동 등 일상 생활 그 모든 것이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서 그려나간다.
그래서 읽는 나가 아닌 주인공의 나로 반하여 글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혼다 사유리.
낭만적인 꿈을 꾸는 직장인.
내가 사는 평범한 마을 그리고 지나는 거리 그 모든 것을 내가 꿈꾸는 도시로 탈바꿈하여 나를 반긴다.
그래서인가?
그냥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새로운 재발견을 통해 더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걸.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동생 혼다 코지.
그로 인해 난 사람들의 주목과 동시에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다.
내가 그처럼 멋진 외모는 아니지만 가질 수 없는 자의 시선을 받음으로써 가진 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멋진 왕자님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멋진 공주님과의 멋지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 멋진 왕자님은 내가 아닌데...
내가 가진 그 말도 안되는 오류는 나의 멋진왕자님 사토시와의 사랑에도 치명타를 준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새삼 깨닫게 된 진실 아닌 진실이 아프다.
그래서 결론이 머냐고?
아직 내 사랑은 진행중이다. 결론은 없다.
그 뿐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줄기는 저기에 있다고 본다.
직장상사와 학교 선배 커플의 중심에는 혼다가 있다.
그녀는 그들의 관객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느끼는 묘한 감정.
그것의 정체는 잘은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의 멋진 왕자님과의 조우.
그리고 그와의 사랑.
난 겨우 이정도의 여자야 라고 생각케 한 학창시절의 추억은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와의 사랑으로 아.. 나도 충분히 매력이 있어 하는 생각과 나를 사랑해 달라는 그녀의 끊임없는 외침이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자신이 없었고 그녀의 비교대상인 학교 선배에게는 끝없는 열등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니 정확히는 사토시와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부터 알게 된 것 하나.
사토시는 자랑스러운 동생 코지였고 겨우 그런 여자라고 판단해버린 메구미는 사유리였다.
메구미가 꼽은 열가지 자신의 성향은 결코 메구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 혼다 사유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절절한 사랑이야기 따위는 없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 흘려드는 그냥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혼다 사유리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덧.
묘하게 느껴지는 더 한 매력들이 이 책속에는 살아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해낼 능력이 없어서 슬프다.

p.126
버스 안에 하루의 냄새가 고여 있는 듯했다. 출근하는 회사원들을 태운 아침의 냄새. 아줌마들이 시장을 보러 가는 오후의 냄새. 그리고 다소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냄새. 밤에 버스를 타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p.175
"아무도 없는 백화점, 무섭지 않나요? 마네킹 같은 것도?"
"네. 매장에 있으면 어느 정도 전체가 보이니까 무섭지 않은데, 계단은 전혀 보이지 않는 장소로 올라가고 내려가야 하니까."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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