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설'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1.07.16 인간의 증명 (人間の證明)
  2. 2011.06.28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Shokudo : 무레 요코 저 / 권남희 역)
  3. 2009.06.22 도키오 (時生)
  4. 2009.03.24 해협의 빛 (海峽の光)
  5. 2009.03.23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6. 2009.03.20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7. 2009.03.19 도쿄 타워 (東京タワ-)
  8. 2009.03.12 나가사키 (長崎亂樂坂)
  9. 2009.03.07 사랑없는 공간속에 외로움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장미 비파 레몬 1
  10. 2008.03.03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인간의 증명 (人間の證明)


[소설] 인간의 증명 (人間の證明)
모리무라 세이치 지음 / 강호걸 옮김


북리펀드 행사 도서 목록에 올라온 인간의 증명.
일본드라마로도 방영을 했었고 한국 드라마 로열패밀리의 원작소설로 다시 한 번 화제가 된 소설.

도쿄 중심부의 한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죽었다.
미국에서 건너온 흑인.
과연 그는 어떠한 사연을 가지고 이곳에 왔으며 왜 죽음을 맞이했는가?
그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나열함으로써 이야기는 진행이 된다.

자신의 명성에 해가 될까 살아남기 위해 과거를 죽이고, 갑작스레 일어난 사고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방기한 현재의 그 모습들은 형사 무에스네가 어린시절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의 현장에서 만났던 인간군상들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그 인간군상들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지금 이 시대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씁쓸하다. 무려 36년전 이야기인데 말이다.

몇몇 서점에서 이 소설을 추리소설로도 분류를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 소설은 추리소설이라기 보다 사회소설로 분류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싶었다. 왜냐면 추리소설이 가져다 주는 그 특유한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해야할까? 오히려 극대화된 인간의 이기심을 그림으로써 사회소설에 더 가깝지 않나 싶은 것이다.

이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크나큰 미리니름이 될 것이기에 이는 생략하고 이 소설을 검색으로 들어오신 분들께는 꼭 본 책을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p.283
자신과 관계없는 인간은 죽든 살든 전혀 관심이 없다. 자기 생활의 평온과 무사함만 보장되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러니까 그것을 조금이라도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철저하게 기피한다. 정의를 위한 싸움은 자기의 안전이 보장되고 난 다음의 일이다.


인간의증명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모리무라 세이치 (해문출판사,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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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Shokudo : 무레 요코 저 / 권남희 역)

[소설]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Shokudo)
무레 요코 지음 / 권남희 옮김


카모메식당의 근간(?)이 되는 소설.
이 소설은 영화화화를 위해 쓰여진 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영화 카모메 식당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이 영화를 만들기 전 무레 요코를 찾아가 부탁해 쓰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영화 카모메식당은 사치에가 운영하는 핀란드의 카모메식당이라는 장소를 매개로 하여 미도리, 마사코 그리고 곁다리로 현지인 토미가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모여든 장소에서 풀어나가는 이야기인데 소설은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가 핀란드까지 오게 된 뒷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영화가 주인공 각장의 이야기보다는 지글지글 음식이 만들어지는 장소가 주는 포근함이 시각적 만족을 가져다 주었다면 소설은 이들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어 영화 속 인물들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어 좋았다.

사치에.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
라는 꿈을 안고 일본이 아닌 외국에서 그런 가게를 열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선택한 핀란드.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연 카모메식당. 딱히 선전하고 싶지도 않다. 그냥 그 지역에 녹아든 채로 아는 사람들만 알아둔채로 작은 즐거움을 가지고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장소를 꿈꾸며 연 식당에서 그녀는 오늘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도리.
부모님이 알려준 길이 무조건 바르다고만 믿고 살아온 미도리. 그러나 그 틀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 부모님은 더이상 힘이 없어 요양원에 들어가고 오랜시간 자리를 지키던 회사는 폐업으로 정리해고 되고 형제들은 그녀를 부양하게 될까 미리 선수치고... 나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에 외국으로 가자라는 생각으로 눈을 감고 지도를 콕 찍어서 걸린 나라 핀란드. 그녀는 이렇게해서 핀란드로 찾았고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로 인연이 닿은 사치에의 집에 기거를 하게 되고 그녀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자리를 잡는다.

마사코.
20년간 쓰러진 부모님의 뒷바라지를 하며 집안 살림을 건사해온 그녀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은 집마저 남동생에게 빼앗기고 기분전환으로 떠난 여행이 바로 핀란드이다. 여행가방이 분실되어 헤매이던 중 찾게된 카모메식당. 그곳에서 사치에, 미도리와 함께 인연의 끈을 이어간다.

자신만의 사연을 가지고 찾아든 장소 카모메식당.
떠나버린 남편에게 상처를 받은 한 여자가 카모메식당을 통해 치유를 받아 일어서는 루즈.
다시 돌아오는 딸을 기다리며 평범하고 떳떳한 삶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딸들과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찾은 카모메식당에서 딸들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마티.
첫손님이라 커피는 공짜, 터줏대감마냥 매일 찾아오는 토미.
감히 들어갈 엄두는 못내다 우연한 계기로 찾아든 이후로 단골이 되어버린 이웃 아줌마들.
그리고...
이곳의 소박한 밥상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들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카모메식당이다.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사치에가 꿈꾸던 식당이 어떠한 곳인지 궁금하다면 꼭 영화를 보라 권해주고 싶다.
음식이 익어가는 소리.
사람들이 모여 맛있게 음식을 먹는 소리.
그런 따스함이 모여든 곳이 바로 카모메식당이다.


p.148
어디에 살든 어디에 있든 그 사람 하기 나름이니까요. 그 사람이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죠. 반듯한 사람은 어디서도 반듯하고, 엉망인 사람은 어딜 가도 엉망이에요.

p.190
마음이 없는 사람이 건성으로 만든 것과 마음이 있는 사람이 정성을 담아 만든 것은 맛이 다르답니다.



카모메식당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드라마/영화소설
지은이 무레 요코 (푸른숲,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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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時生)


도키오 (時生)
히가시노 게이고 저/오근영 역

살아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보다 더 한 부모님께 바치는 내 삶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말이 있을까?
솔직한 말로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고마움을 느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내 생을 다 했을 때 남겨진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준다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단순히 아들이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헤매이며 표류하는 아버지의 젊은시절을 찾아간 이야기는 아니다.
한 생애.
삶.
삶, 그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지를 아들 도키오의 이야기를 통해 말해주고 있다.

뭐라 할 말이 없다.
한 단어로 축약시켜 정의하기도 어렵다.
단지... 지금 내 삶의 표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꼭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해봤는데 왜 사람들이 이 작가에게 열광하는 지 단편적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p. 398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짧은 인생이라도 설사 순간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다면 미래는 있는 거예요. 당신에게 분명히 말해두죠.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요. 그것은 마음속에 있어요.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p.470
계속 열심히 살아주세요. 분명히 훌륭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해협의 빛 (海峽の光)


해협의 빛 (海峽の光)
츠지 히토나리 저 / 양억관 역

정말 보고싶었던 책 해협의 빛.
고려원에서 출판하고 출판사가 도산하여 헌책방에서도 구할 수 없었던 책이 인터넷서점에 입고되었다는 것을 알고 부랴부랴 구입한 책이 바로 해협의 빛이다.

이 책을 그리도 원했던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블루편을 읽고 그의 글에 반해버려서 그가 쓴 책은 모두 구입해서 읽었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책 해협의 빛만 찾아볼 수 없었던 책이기에...
그리고 그가 수상한 이력을 만들어주었던 책이기에 너무나도 궁금했었던 것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이기에 그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겨주었는지...

우선 여지껏 보았던 소설하고는 많이 틀리다.
그래봐야 달랑 5권밖에는 되지 않지만..

이 소설에는 사랑이 없다.
단지 인간과 인간의 관계만이 이 안에서 숨쉬고 있을 뿐이다.

커다란 담장 안에 갇혀진 자 하나이...
그리고 커다란 담장안과 밖을 오갈 수 있는 자 사이토...
하나이는 커다란 담장 안이라는 공간 속에 갇혀있지만 사이토는 공간적 세계를 넘어서 나라는 그리고 하나이가 어린 시절에 만들어주었던 세계 안에 갇혀 버린 자이다.

어린 시절 나를 이지메를 시키게끔 만들면서 학급이라는 무리내에서 왕으로 군림했던 하나이는 어른이 되어서 내(사이토)가 감시하는 세계인 곳에 들어왔다.
나는 하나이가 그 얼굴의 가면을 언제 벗을까 전전긍긍하며 그를 감시한다는 명목아래 지배자 계급에 놓인 것에 대한 안도감과 어린시절 왕으로 지배계급이었던 하나이가 만들어 놓았던 내 유년시절의 거대한 트라우마에 다시 한 번 빠져든다.
사이토의 공간안에 들어온 하나이로 인해 그를 감시하면서 그는 인간의 본질.
그리고 그 인간들이 살아숨쉬는 공간에 대한 고뇌를 한다.

하나이..
그는 사이토가 만들어 놓은 공간에 들어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는 사이토를 그의 인생에 있어서 영원한 약자로 만들어 자신만이 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그러한 힘을 보여준다.

하나이와 사이토...
그 둘의 아니 사이토가 바라보는 시각에서의 둘의 관계는 묘한 긴장감으로 가득차있고 그로 인해 사이토는 하나이와 같이 담장안의 세계에서 갇혀 지내는 것이다.

아주아주 솔직히.. 어렵다.
내용이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의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적 고뇌가 살아숨쉬는 듯 하여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긴장감이 살아났던 것이다.
내가 사이토가 되어 하나이를 바라보고 감시하며 안에 있는 나와 밖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내 안의 세계와 내 밖의 세계를 바라보고...
여튼간에 보면서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책이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 리뷰를 꼭 써야지 하면서도 쉽게 쓸 수 없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너한테 쉬운 책이 어딨어! 하면 할 말은 없지만.. --;)
여튼.. 근래에 본 책 중에 상당히 난해하면서도 멋진 글이었다.
그 글 이후로 남겨졌던(?) 책 대부분이 연애사와 관련된 책이라 질량감으로 보면 그의 글쓰기는 점점 가벼워진 느낌이다.
요즘 추세가 그래서인가?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작가에 대한 아쉬움이 상당히 많이 남았다.

p.89
우리야 잠시 머물다 나오면 되지만 대장들은 참 힘들겠어요. 평생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니까요.

p.121
나의 일상 생활을 배신하고 점점 나를 파괴하며 세포분열을 계속하는 이 현실 세계와, 시간이 멈춘 채 변하지 않는 그런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속에 두 세계를 교묘하게 갈라놓고 그 두 세계를 오가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이 현실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닌가.

p.162
세계란 어차피 둥근 구체 속에 갇혀 있는 것이라고, 그렇게 깨닫는 순간 나는 우주의 끝, 존재의 끝, 차원의 끝, 시간의 끝이 내 손 안에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곳을 떠난 하나이도 죽은 아버지도 모두 내 손 안에 있다. 지구의를 돌리다 갑자기 양손으로 정지시키고, 둥근 별 모양을 상상해보고는 그것이 모든 것임을 나는 알게 되었다. 즉 우주란 이 사주에서 일어나는 일과 비슷한 것이라고.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4.09.30 -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밤의 피크닉 (夜のピクニック)
온다리쿠 저 / 권남희 역


걷는다.
오로지 걷기만 할 뿐 크나큰 사건이라 칭할 만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지만 내 안에 숨겨두었던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이 일어나고 걷는 행위 끝에는 새로운 날을 위한 내가 존재할 뿐이다.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없다.
그냥.. 내가 보는 것들 그리고 느끼는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크나큰 감정의 동요없이 잔잔하게 웃으면서 읽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매년 여름 끝에 치뤄지는 보행제.
올해는 3번째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등학생 시절의 대미를 장식하는 보행제가 된다.
마지막이라 그런지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진다.
이번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들을 다짐하고...
이번이 아니면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다짐한다.
고교시절 마지막 행사인만큼 마음이 맞고 존경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걷는다는 것 만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일이 없다.
니시와키 도오루는 친구 도다 시노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고다 다카코는 친구 유사 미와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만족스러운 고등학교 마지막 보행제이지만...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던 것은 그들의 끈끈함이 더 진해짐과 동시에 저 멀리 친구 안나의 주문으로 찾아온 그녀의 동생 준야의 등장으로 마음속에 가둬두었던 절대 풀 수 없을 것만 같던 그들의 화해가 이루어 진 것이다.
작년 보행제때 3학년 선배가 울면서도 아파하면서도 차를 안타고 끝까지 완주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친구 사카키 안나가 걷는 것 뿐인 이 보행제가 왜 이리 특별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또 다른 끝의 그 경계선 아래에서 보고 배운다.
단지 걷는다는 것뿐인 보행제 안에서 배운다.
지금이라는 현재의 내가 나에게 주는 지금의 소중함과 나의 또 다른 나의 시작과.
친구와 친구 사이의 경계선의 끝을 배운다.

화려하지 않고 담백하게 이끌어가는 그네들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p.155
홀로서기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건 잘 알아. 굳이 잡음을 차단하고 얼른 계단을 다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아프리만큼 알지만 말이야. 물론 너의 그런 점, 나는 존경하기도 해. 하지만 잡음 역시 너를 만드는 거야. 잡음은 시끄럽지만 역시 들어두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네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이 잡음이 들리는 건 지금분이니까 나중에 테이프를 되감아 들으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들리지 않아. 너, 언젠가 분명히 그때 들어두었더라면 좋았을걸 하고 후회할 날이 올 거라 생각해.

p.358
보행제가 끝난다.
마라톤 수업도, 커플 머리띠도, 굳은살투성이의 다리도, 바다의 일몰도, 캔커피로 하는 건배도, 쑥떡도, 리카의 연기도, 치아키의 짝사랑도, 누군가의 사촌동생도, 헤어져버린 미와코도, 시노부의 오해도, 도오루의 시선도 그 모든 것이 다 과거의 일.
뭔가가 끝난다. 모두 끝난다.
머리 속에서 빙글빙글 여러 가지 장면들이 잔뜩 돌고 있지만, 혼란스러워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고 타카코는 중얼거린다.
뭔가의 끝은 뭔가의 시작이다.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0.07 -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7월 24일 거리 (7月24日通り)

요시다 슈이치 저 / 김난주 역

7월24일 거리.
포루투갈 리스본에 가본 적이 없다.
한번도 가고 싶다는 생각 또한 들지 않았다.
주인공이 동경해 마지 않는 곳 포루투갈 리스본.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날짜 상의 7월 24일과 거리로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거리의 이름이 7월 24일 이더라.

머리를 하러 나간 길에 들고 나간 책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의 신간이었다.
이동중에... 약속시간을 기다리면서 책 한 권을 다 읽어 나갔다.
새삼.. 아.. 요시다 슈이치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여자보다 더 섬세한 감성으로 주인공의 내면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
서술적인 방식이 아닌 사람과의 대화, 행동 등 일상 생활 그 모든 것이 주인공의 시각을 통해서 그려나간다.
그래서 읽는 나가 아닌 주인공의 나로 반하여 글에 더 빠져드는 것 같다.

혼다 사유리.
낭만적인 꿈을 꾸는 직장인.
내가 사는 평범한 마을 그리고 지나는 거리 그 모든 것을 내가 꿈꾸는 도시로 탈바꿈하여 나를 반긴다.
그래서인가?
그냥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새로운 재발견을 통해 더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걸.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는 남동생 혼다 코지.
그로 인해 난 사람들의 주목과 동시에 부러움의 시선을 받는다.
내가 그처럼 멋진 외모는 아니지만 가질 수 없는 자의 시선을 받음으로써 가진 자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멋진 왕자님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면 멋진 공주님과의 멋지고 행복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 멋진 왕자님은 내가 아닌데...
내가 가진 그 말도 안되는 오류는 나의 멋진왕자님 사토시와의 사랑에도 치명타를 준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새삼 깨닫게 된 진실 아닌 진실이 아프다.
그래서 결론이 머냐고?
아직 내 사랑은 진행중이다. 결론은 없다.
그 뿐이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줄기는 저기에 있다고 본다.
직장상사와 학교 선배 커플의 중심에는 혼다가 있다.
그녀는 그들의 관객이 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줌으로써 느끼는 묘한 감정.
그것의 정체는 잘은 모르겠다.
그리고 그녀의 멋진 왕자님과의 조우.
그리고 그와의 사랑.
난 겨우 이정도의 여자야 라고 생각케 한 학창시절의 추억은 저 멀리 날려버렸다.
그와의 사랑으로 아.. 나도 충분히 매력이 있어 하는 생각과 나를 사랑해 달라는 그녀의 끊임없는 외침이 존재한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자신이 없었고 그녀의 비교대상인 학교 선배에게는 끝없는 열등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아니 정확히는 사토시와 사랑에 빠지는 그 순간부터 알게 된 것 하나.
사토시는 자랑스러운 동생 코지였고 겨우 그런 여자라고 판단해버린 메구미는 사유리였다.
메구미가 꼽은 열가지 자신의 성향은 결코 메구미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바로 나 자신 혼다 사유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절절한 사랑이야기 따위는 없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 흘려드는 그냥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냥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 이야기는 혼다 사유리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덧.
묘하게 느껴지는 더 한 매력들이 이 책속에는 살아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해낼 능력이 없어서 슬프다.

p.126
버스 안에 하루의 냄새가 고여 있는 듯했다. 출근하는 회사원들을 태운 아침의 냄새. 아줌마들이 시장을 보러 가는 오후의 냄새. 그리고 다소 지쳐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냄새. 밤에 버스를 타고 있자니, 왠지 마음이 차분해진다.

p.175
"아무도 없는 백화점, 무섭지 않나요? 마네킹 같은 것도?"
"네. 매장에 있으면 어느 정도 전체가 보이니까 무섭지 않은데, 계단은 전혀 보이지 않는 장소로 올라가고 내려가야 하니까."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0.17 -

도쿄 타워 (東京タワ-)


도쿄 타워 (東京タワ-)

에쿠니 가오리 저 / 신유희 역


처음 그녀를 만난 것은 냉정과 열정사이 Rosso편이었으며 도쿄 타워가 오기까지 마지막 작품은 낙하하는 저녁에서 였다. 그녀의 작품 중 주변 추천작은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원제:いくつもの週末)였으나 그녀의 작품을 낙하하는 저녁 이후로 보지 않게 된 연유는 바뀌지 않는 역자(김난주) 때문이었다.
난 문학에 대해서도 번역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문학책의 번역은 작가의 감성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감성을 얼마나 더 잘 표현하냐 하는 것이 역자의 우량이라고는 하지만 과도한 의역과 역자 뜻대로의 명칭 정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고전에서 현대물로 바꾸는데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명칭 변경도 아닌 주인공이름을 바꾸다니.. 정말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 아닌 분노를 느꼈고 이에 따라 그녀의 이름으로 번역이 된 책은 보지 않음에 있어서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 되어 버렸다. 어쩌면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제일 많이 번역해온 역자 입장에서는 작가의 감성을 더 많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표현할 수 있다고는 볼 수 있지만... 머..
여튼간에... 낙하하는 저녁 이후 오랜만에 만난 책이 바로 도쿄 타워다.

나른한 오후 해질녘 땅거미가 스르르 지는 시간.
따스한 커피 한 잔과 떨어지는 낙엽들...
지나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나.

작가가 나에게 주는 감성 코드 중 하나이다.
그만큼 외로운 홀로서기.
가슴 속에서 받혀오는 사막같은 건조함 속에 뜨거움들이 느껴진다.

어머니의 친구 시후미를 사랑하는 토오루.
어머니의 소개로 알게 된 그녀. 그리고 그녀에게 조금씩 침식당하는 토오루.
토오루는 그렇게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그녀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내 세계는 시후미를 향하여 돌고 시후미와 함께 돌며 시후미가 내 세계의 중심이다.
그래서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과 다른 공간에 있는 이 시간이 점점 힘겨워진다.

게임과도 같은 사랑을 즐기는 코우지.
가벼운 즐김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연상의 여인 키미코와의 사랑.
연상의 여인에게서 느낄 수는 없지만 편한 친구와도 같은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유리와의 사랑.
나 코우지는 묘한 스릴감이 있는 쾌락과 안정감을 가져다 주는 쾌락 그 사이에서 헤매이고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라면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두 곳에 있는 나는 나이다.
이것들이 내 나름대로의 사랑의 방식이며 진지함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내 시간을 즐겁게 가질 수 있는 사랑이다.

이 둘의 사랑의 공통점은 바로 연상과의 불륜의 사랑이다.
소년들의 시점으로 흐르다보니 불륜 이전에 이들의 사랑에 대한 생각과 그네들 나름대로의 진지함 그리고 고민들을 가지고 그네들의 사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 말이 왜 이러냐.. --;)
나름대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토오루와 코우지의 사랑.
하지만 역으로 시후미와 키미코의 사랑은 어떤가?
남편과 데이트를 하기 전.
남편과의 둘 만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
그네들의 안정감의 공간과는 별도로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틈틈히 내 시간을 채워줌으로써 비워진 공간에서 올 수 있는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이들이 있었기에 내 안정된 공간에 대한 편안함을 더 크게 느낄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시후미와 키미코)는 이기적이다.

그들의 순수한 사랑 사이에 숨어있는 그녀들의 이기적인 사랑이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불륜의 사랑을 아이들의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시각으로 표현해낸 작가가 참으로 대단하다.
홀로 떨어져 있는 사막의 모래바람을 맡고 있는 듯한 기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소설 도쿄 타워.
영화로도 개봉될 예정이라는데...
영화에서는 어떠한 시각으로 그네들의 사랑을 표현할 지 궁금하다.

덧.
그녀의 이름으로 출간된 책 중 이번편까지 총 5편의 소설을 읽어보았다.
그 중 개인적으로는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책이 가장 좋았다.

p. 36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
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
"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p.115
기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p.327
"누구든 태어난 순간에는 상처 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 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 상처도 입지 않아. 인간이란 모두 완벽하게 상처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5.11.14 -

 

나가사키 (長崎亂樂坂)


나가사키 (長崎亂樂坂)
요시다 슈이치 저 / 이영미 역

파크 라이프를 통해 처음 그를 만났고 퍼레이드라는 소설을 통해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한권도 빠짐없이 찾게 되는 책이 바로 요시다 슈이치라는 작가의 책이다.
그의 책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조금은 암울하고 외로움속에 허덕이게 만드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멀까? 그의 책은 먼가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신간이 나온다하면 구매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으니 말이다.

작년에 읽은 캐러멜 팝콘 이후 나온 나가사키.
캐러멜 팝콘에서 맛보았던 작은 희망이 나가사키에서는 정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원본이 나오는 시간적 순서로 보자면 나가사키는 오래전에 나오고 이번에 처음으로 번역되어 나온 듯 한데... 여튼 그 순서로 보자면 그는 조금씩 희망이라는 글자에 한 걸음씩 나아가려 애를 쓰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만큼 오래전 출간된 나가사키라는 소설은 진탕에 빠진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허우적 허우적 거릴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암울함이 마음을 너무나도 무겁게 만들었다는...

미무라 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함께 돌아와 살아가는 그곳은 남자는 힘이라는 것만 믿고 사는 미무라가의 남자들과 함께 살아간다. 여자는 끌려갈 뿐이고 오로지 남자 남자 뿐인 그곳에서 힘의 서열과 나약함은 쓰레기라는 그런 공기안에서 살아간다. 어린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다. 그를 낳아준 엄마는 무늬만 엄마일뿐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고픈 마음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버리는 여자밖에 없으니 말이다.
미무라라는 세상속에서 나가기를 꾸준히도 열망하였다. 동급생 친우에게서 사촌누이의 남자친구에게서 그리고 곁방에 신세를 지며 사는 야쿠자를 통해서... 어떠한 행동도 없이 그는 마음속의 열망을 가졌을 뿐인 그에게 점점 자라면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나 또 다른 굴레에 얽메여 그는 달팽이처럼 집을 이며 살아가고 만다.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는 주유소 점장의 말은 내 가슴속 깊은 곳을 무지막지하게 찌른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핑계일 수도 있다. 벗어나고자 벗어나고자 했으나 벗어나지 못한 그는 어쩌면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 자체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너무나도 서글프다. 온갖 주위의 영향을 받고 그 안에서 허우적 거리는 그의 모습이 어쩌면 요즘 현대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활활 타오르는 미무라가의 별채를 바라보면서 슌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탄다. 모두 모두 다 타버린다."

망연히 읖조리던 슌의 모습을 통해 드디어 해방감을 맛보았을 그의 모습이 그려져 조금은 안타깝고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기뻐해주고 싶었다.
지나가버린 시간과 존재하고 있는 시간이 함께 어우러진 장소 나가사키 미무라가 안에서 타버린 별채 안에서 슌은 또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진정으로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p.178
"하긴 떠나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조용히 남는 데도 용기가 필요하지. 어딘가로 가려고 결정하면 장래가 불안해지고, 남겠다고 결심하면 나중에 떠나지 못한 걸 후회하게 될 것 같아 또 불안해지더군. ..."

p.179
"젊었을 때는 무슨 일이든 스스로 결정하지 않으면 왠지 인생에서 진 것 같은 패배감이 드는데, 실제로는 혼자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더라는 말이지."


- 이전블로그에서 옮겨심기 : 2007.03.05 -


사랑없는 공간속에 외로움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 장미 비파 레몬


장미 비파 레몬 (薔薇の木 枇杷の木 レモンの木)
에쿠니 가오리 저 / 김난주 역

오랜만에 만난 에쿠니 가오리.
너무나도 그녀다운 이야기에 솔직히 할 말은 그리 많지도 않다.
단지 다 읽고 난 후에 떠오르는 구절 하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외롭다.(류시화 시인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와 혼동하진 않길...) 
어디서 본건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저 말이 왜이리도 머릿속을 맴맴 도는지...
그나마 저 말도 사랑이라는 전제하에 만들어지는 것이지만 이 소설은 역으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이 책 속에 있는 이들의 근원이 사랑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으로부터 시작이 되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겉으로 보기에 행복해서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도우코.
이미 결혼한 언니의 옛애인을 아직까지도 홀로 사랑하고 있는 소우코.
꽃집을 운영하면서 더 이상 남편과의 사랑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에미코.
제일 세련되면서도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보이나 뒤로는 모든 외로움을 끌어안고 사는 레이코.
삶 하나하나가 무료하고 더 이상은 코드가 맞지 않은 남편과 살아가는 것이 짜증일색인 아야.
이 남자의 모든 것이 좋아 작은 분신까지 품고마는 에리.
모든 것이 시니컬하게 느껴지지만 이 사랑에 대해서만큼은 저돌적인 사쿠라코.
사랑이 깨어진 후 다시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와 사는 미치코.
홀로 잘 살아가고 있는 듯 하지만 실상은 사랑을 오래전 깊숙한 곳에 묻어두고 잊어버린 마리에.

p.175
요즘 들어 마리에는,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너무 늦지 않는 편이 좋다고 절감하고 있다. 여성 잡지에서도 줄곧 떠드는 것처럼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적령기란 말을 난센스라 여기는 모양이지만, 마리에는 뭔가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젊고 자신의 정열을 믿을 수 있고 무언가가 뒤틀려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생활의 자잘한 부분까지 스스로 해결하는 데 길들기 전의 나이. 타인과 자신 사이에 놓인 어둠이 무엇인지 모색하기가 귀찮아지면 이미 때는 늦다.

p.307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곁에 있고 싶다고 상대가 필요로 하면 나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한다.
더 필요시되고 싶은 욕망, 모든 것을 빼앗기고 싶은 욕망.

p.311
연애란 멋진 것, 이라고 곤도는 생각한다. 단순하고 명쾌하며 타산이 없는, 즉 불필요한 것이 개입되지 않은 연애는 멋지다고.

p.323
서로의 사정에 유리한 결혼이었다. 사회라는 황량한 장소에 살면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고, 마침 잘 됐다고 생각했다.

p.344
부부가 늘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보지만, 제 손으로 만든 리소토를 혼자 먹자니 서글프고, 츠치야가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그 사람을 필요로 할까.


다들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갖고 결혼을 하고, 그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때로는 자신의 생활을 찾기 위해 결혼생활을 파탄내기도 한다. 각자의 입장으로 보면 참으로 이기적인 이유들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충족되어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겠지만서도 참으로 서글프다.
9명 각자가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는 모습은 다르지만 이들이 갈구하는 것은 하나같이 사랑이며 삶에 있어 사랑이란 것이 충족되어지지 않기에 이들은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미래의 내 인생의 동반자는 이 책속의 남편들과 같은 인물이 아니기만을 바래본다.

마지막 옮긴이(김난주)의 말이 공감이 가는 지라 적어본다.
그녀들은 외롭다고, 누구든 사랑해달라고 목 놓아 외치지 않을만큼 자립적이고, 집요하게 결혼이란 틀을 고수하면서도, 사랑이 무너진 순간 홀로 서기를 결심할 만큼 독립적이며,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꺾을 만큼 이기적인 한편, 언젠가 찾아올 사랑을 위해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 만큼 과감하고, 때로는 자신의 성실함에 취해 남편의 외도를 눈치 못 챌 만큼 어리석고, 부부 싸움을 하고서도 남편이 보내주는 꽃다발에 웃음 지을 만큼 너그럽고, 자식의 아픔에는 한없이 약하며, 자신의 고독에는 눈물을 삼키는, 여자들 모두의 모습,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여자의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잠들지 않는 진주 (眠れぬ眞珠)
이시다 이라 저 / 박승애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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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산지는 참 오래 됐다. 이시다 이라라는 작가이름만으로 구매했다가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아 책장 저 구석진 곳으로 사라졌던 책을 연초에 읽은 책과 안읽은 책을 분류하다 꺼내 읽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이 선뜻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은 연상연하의 진부한 사랑이라는 점이었다. 중년의 나이에 다가온 연하남과의 사랑이라는 코드는 너무나도 식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왜 구매했는지... --;) 그런 식상한 코드 덕에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줄 수는 없지만 중년의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섬세한 간정라인이 진하게 울려준다. 나는 아직 그 나이에 접해 보지 않아서 솔직히 주인공의 마음이 백분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사랑이라는 것을 통해서 내가 보지 못했던 여성성을 찾는 것은 너무나도 크게 와닿았다.


마흔 다섯 살. 독신. 한번의 결혼 실패. 가끔 만나 관계를 갖는 남자친구 있음. 남자친구와의 사이는 사랑이라는 것은 전혀 없는 몸만 풀어주는 관계. 난 그런 관계가 좋다. 지금 나이에 사랑이란 것도 조금은 우스운 것도 같고 그런 감정에 휘둘리기에는 나는 조금 나이가 있다. 검정색을 좋아하고 판화가로서의 자신의 삶은 그럭저럭 살만하다고 생각하는 우치다 사요코.
스물 여덟 살. 뭇 여성의 시선을 받고 있으나 사귀는 여자친구 없음. 자주 보이는 미인은 과거에 사겼던 여자친구이자 친구의 여동생일 뿐 현재는 친구로만 관계중. 우치다 사요코가 자주 가는 까페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는 도쿠나가 모토키. 원래 직업은 다큐멘터리 감독.


한 여자와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났다.
첫 눈에 통했다.
하지만 그와 그녀의 나이차는 무려 열 일곱. 극복할 수 있을까?
오랜만에 찾아오는 감정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지만 한 번 잡은 그의 손을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이러한 코드가 대부분의 연상연하 커플을 그 중에 중년의 사랑을 이야기한 소설의 대부분의 스토리라인이 아닌가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중년여성이 느꼈을 법한 자신의 감정이 섬세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작가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감성을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라는 점이 놀랍다. 반복적인 행동과 감정표현을 통해 중년여성의 감성을 그렸던 다른 책과는 달리 잠들지 않는 진주 안에 있는 우치다 사요코는 어느 곳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또렷하게 피력했으며 거울 속에 비친 늘어진 목주름을 통해 자신을 가늠하고 숨길 줄 아는 여자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사요코의 감정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마도 나이들면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언젠가부터 자리 잡은 말도 안되는 편견에 사로 잡혀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았고 받아들여 지지도 않았지만 점점 자신의 빛을 또렷하게 찾아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한 여자의 모습을 발견했고 그 모습은 현재의 나와 별 다를 바 없다라는 것을 알았다. (참으로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내 자신에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의 전작들(4teen, LAST, 아름다운 아이)보다는 솔직히 부족한 감이 있지만 또 다른 감성으로 작가와 마주할 수 있었다.


p.130 -
그렇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이해해주기 때문이라거나 가장 적당하기 때문이 아니야. 잘 모르겠지만 함께 삶을 나누고 싶다, 그 사람의 일부가 되고 싶다, 그런 마음 때문이 아니겠어?


p.314 -
바닷물의 흐름에 실려 오랜 세월 헤매고 다니다 온 조각들에게 왠지 모를 무한한 애정이 느껴져. 상처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닳고 닳았고,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 알아볼 수도 없게 바랬으면서도 기본적인 모습은 가진하고 있는 걸 보면 아, 이 녀석들,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잠들지 않는 진주 상세보기
이시다 이라 지음 | 노블마인 펴냄
나오키상 수상작 <4Teen>, 드라마 원작 <이케부쿠로 웨스트게이트 파크>의 작가 이시다 이라가 2006년에 발표한 장편 연애소설. 갱년기 장애를 앓고 있는 40대 중년여성과 17세 연하남의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손'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13회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수상작. 쇼난 해변 인근의 고급 주택가에 살고 있는 45세이 중견 판화가 우치다 사요코는 결혼에 한 번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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